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트윈스의 두산 베어스전 패배의 피로감은 여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었다.
LG는 7일 경기에서 두산을 맞아 명승부를 펼쳤지만 패배로 경기를 마쳤다. 필요한 가용자원을 거의 소진해 투수인 김광삼이 대주자로 나섰을 정도의 총력전이었다.
이날 패배는 단순히 연장 12회까지 치르고 패한 것이 아니다. 팀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수들을 투입하고 졌다는 점에서 충격은 크다. 투입된 선수들이 일제히 부진한 것도 아니었지만 승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에이스가 등판해서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았고, 불펜에서도 가장 믿을만한 투수가 나오고도 동점을 허용했다는 것이 이날 패배에서 가장 아픈 점이다. 벤자민 주키치는 늘 그랬듯 제 몫을 충분히 했다. 7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모두 이겨냈다.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이병규(9번)에게 홈런을 맞고 1실점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의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불펜이 문제였다. 봉중근의 부재로 유원상의 부담감은 가중됐다. 봉중근이 있었다면, 혹은 유원상이 나오기 앞서 유원상의 본래 역할이던 8회 1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있었다면 경기는 9회초를 끝으로 마무리되며 주키치가 10승으로 다승 단독 1위에 올라설 수도 있었다.
유원상은 2이닝을 전부 소화하지는 않았지만 두 이닝에 걸쳐 던졌다. 유원상의 9회 실점은 2이닝을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던지다 보니 과정이 좋아 2이닝을 가는 것과 애초부터 2이닝을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유원상의 어깨에 올려진 짐이 너무 무겁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수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LG는 9회초 동점을 허용하고도 이어진 위기를 이상열이 등판해 추가실점 없이 막았고, 11회에도 1점을 빼앗겨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투수 김광삼을 대주자로 투입하는 강수를 펼친 끝에 기어코 동점을 이뤘다. 작년 이전까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던 모습에서는 탈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결과가 패배로 돌아갔다는 점은 LG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시즌 초반에는 이러한 패배를 통한 배움이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효율적일지도 모르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접전 승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7월 이후에는 깨달음을 얻더라도 어느새 상위권과 크게 벌어진 승차가 돌이킬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 패배로 LG는 5할 승률에서 -5가 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5할 승률 -3 이내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4위권을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접전 상황에서 이기는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LG에게는 점점 중요해지게 됐다.
[유원상의 부담감을 줄이는 것도 LG로서는 큰 과제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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