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은 4.02이고, 리그 타율은 0.262다. KBO가 발행한 2012 프로야구 연감에 따르면 이는 프로야구가 태동한 1982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의 리그 평균자책점, 타율과 똑같다.
▲ 4년간의 미묘한 흐름
최근 4년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9년 리그 타율은 0.275였다. 이는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의 해로 기록됐던 1999년 0.276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반대로 2009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80이었다. 이는 1999년 4.98에 이어 역대 최고 2위 기록이다. 2009년은 분명 최근 10년 중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2010년부터 올 시즌까지의 투타 기록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2010년 리그 평균자책점과 타율은 4.58과 0.270, 2011년에는 4.14와 0.265였다. 결국, 4.02와 0.262인 올해까지 2009년을 정점으로 4년간 꾸준히 타고투저가 투고타저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올 시즌을 명백한 투고타저의 해로 규정지을 순 없다. 2006년과 2007년은 21세기 들어 최고의 투고타저의 해였다. 2006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3.58로 21세기 들어 가장 낮았고, 30년 역사상 7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2007년 평균자책점도 3.91로 낮았다. 반대로 2006년 리그 타율은 0.255로 21세기 들어 가장 낮았고, 30년 역사상 6번째로 낮았다. 2007년 타율도 0.263에 불과했다.
▲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 다시 투고타저?
2006년과 2007년은 삼성과 SK가 패권을 거머쥔 시즌이었다. 두 팀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오른 건 전적으로 마운드, 특히 불펜의 힘이었다. 2006년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32였다. 당시 오승환이 47세이브로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고, 현 삼성 불펜의 강력한 체제 확립도 2005년과 함께 이때가 시초였다.
2007년에는 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SK에 부임해 완벽한 벌떼야구 체제를 갖췄다. 당시 SK와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2.67과 2.92였다. 선발보다 불펜 필승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국 프로야구 패러다임자체가 마운드에 있었던 시기였다.
이 체제는 2008년과 2009년을 정점으로 무너졌다. 두산이 SK와 함께 기동력 야구를 이끌었고, 자연히 득점력이 높아졌다. 2006년 리그 득점은 3981득점으로 1993년 3718득점 이후 가장 높았는데, 2008년 4522득점에 이어 2009년 타고투저가 극대화되자 5492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0년에도 5301득점으로 고득점이었다.
타고투저 현상은 2008년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자 강공위주의 선 굵은 야구를 주창했고, 기동력 야구를 주창했던 두산도 2009년을 기점으로 장타력에 중점을 두는 야구로 선회하면서 두드러졌다. 2009년 두산은 팀타율 0.280에 팀 홈런 120개를 기록했고, 2010년 롯데는 팀 타율 0.288에 팀 홈런 188개를 기록했다. 두 팀은 당시 리그의 흐름을 이끌었으나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마운드 보강의 필요성을 느꼈고, 최근 투고타저 회귀 분위기에 어느 정도 합류했다.
▲ 투고타저로 회귀하고 있지만, 어정쩡하다
최근 5~6년간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넘어갔던 흐름이 서서히 투고타저로 회기하고 있다. 다만, 투수는 각 팀 1군 내에서도 이름 값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실력 격차가 큰 경우가 많고 용병에 의지하는 팀이 많다. 대신 지난 몇 년간 타자들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향상됐고, 최근 그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투타에 걸쳐 새바람을 일으키는 인물이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3~4년 전에 비해 리그 전체적으로는 투수들의 힘이 세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수들이 확실히 타자들을 압도하는 맛도 덜하다. 분명한 건, 투고타저와 타고투저의 흐름이 돌고 돌면서 프로야구가 발전을 꾀한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투타 높이가 지난 30년간의 평균과 절묘하게 균형을 맞췄다. 앞으로 프로야구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까.
[박찬호와 이승엽(위), 김병현과 이승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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