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지난 11일(한국시각)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홈구장인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내셔널리그의 8-0 승리로 끝났다.
아메리칸리그에 3년 연속 승리를 거둔 내셔널리그 올스타 가운데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한 MVP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멜키 카브레라(28)가 선정됐다. 카브레라(3타수 2안타 1홈런)는 처음으로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MVP까지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카브레라는 올스타 MVP 등극으로 단숨에 슈퍼스타 대열에 올라설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데뷔 이후 줄곧 소속팀의 주전급 외야수로 활약했지만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까지 올스타 경력이 없었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4년간은 저니맨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야구 강국 도미니카의 유망주로 성장한 카브레라는 11년 전인 2001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5년에 데뷔한 카브레라는 이듬해인 2006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기용되기 시작했다.
첫 풀타임 시즌 성적은 준수했다. 130경기에 출장한 카브레라는 타율 .280, 7홈런, 12도루로 팀에 공헌했다. 양키스의 중심타자로 활약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하위타선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양키스는 카브레라를 믿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버니 윌리엄스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가지 양키맨이었던 윌리엄스는 곧바로 은퇴를 결심했고, 그 몫을 카브레라가 해줘야 했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떠나고 카브레라의 성장세도 멈춰 섰다.
카브레라의 타율은 2007년 .273, 2008년 .249로 점점 하락하기만 했다.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2009년에는 타율 .274, 13홈런, 10도루로 좋아졌지만, 월드시리즈 MVP인 마쓰이 히데키와의 재계약도 거부한 양키스가 카브레라에 만족할 순 없었다. 결국 카브레라는 베테랑 우완투수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얻기 위한 3:2 트레이드의 매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내셔널리그에서 뛴 첫해 카브레라는 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율은 다시 .255로 곤두박질쳤고, 홈런도 단 4개에 그쳤다. 6경기만 출전한 2005년을 제외하면 자신의 커리어 최저홈런이었다. 결국 팀을 실망시킨 카브레라는 연봉조정 대상자였지만 방출되며 논텐더 FA가 됐다.
125만 달러(약 14억 원)라는 헐값에 캔자스시티와 계약하며 아메리칸리그로 복귀한 카브레라는 환골탈태했다. 커리어 최다인 18홈런과 20도루로 20-20에 근접했고, 첫 3할 타율(.305)도 달성했다.
그러나 데뷔 이후 최고 활약에도 불구하고 카브레라를 기다린 것은 저니맨의 운명이었다. 캔자스시티는 카브레라를 보내며 좌완투수 조너선 산체스와 마이너리거 라이언 버두고를 영입했다. 이로써 카브레라는 4년 연속 다른 팀에서 뛰며 매년 리그를 옮기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 도미니카에서 시작된 카브레라의 야구인생은 잠시 미국 동부에 머물렀다가 중부를 거쳐 서부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는 카브레라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적응이랄 것도 없이 시즌 초부터 맹타를 휘두른 카브레라는 이번 시즌 83경기에서 타율 .353으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홈런과 도루도 각각 8개와 10개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반듯한 성적으로 꿈에 그리던 첫 올스타 선발 출장을 이뤄낸 카브레라는 올스타전에서도 유감없는 활약을 했다. 카브레라는 3타수 2안타 2타점 1홈런으로 내셔널리그의 승리를 이끌며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파블로 산도발, 맷 케인과 함께 단연 가장 돋보이는 올스타의 모습을 뽐냈다.
가장 인상 깊던 장면은 4회 터진 투런홈런이었다. 옛 동료인 데릭 지터, 역시 옛 동료이자 이번 경기가 마지막 올스타전이던 최고의 스위치히터 치퍼 존스, 한때 홈구장이었던 카우프만 스타디움의 관중들 앞에서 저니맨의 설움을 씻는 홈런과 함께 모든 설움을 날려버리며 카브레라는 별들의 잔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2012 올스타전 MVP 멜키 카브레라.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