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물론 한가지 이유 때문에 발생한 연패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의 무서움도 새삼 느낄 수 있다.
SK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1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7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SK는 2215일만의 8연패, 2109일만의 6위, 1182일만의 4할대 승률을 기록했다.
시간을 잠시 12일 전으로 돌려보자. SK 이만수 감독은 7월 첫 날을 맞아 취재진 앞에서 당찬 각오를 밝혔다. LG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오늘 선수단 미팅에서 7월에는 +6승, 8월에는 +7승을 하자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팀의 승이 패보다 18개가 많아진다(당시 +5). 그러면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단에게도 '팀을 위해, 그리고 감독을 위해 더욱 힘을 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목표가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선수단 내부만이 아닌 대외적으로 알리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당시에도 SK는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 발언 전까지 10경기에서 3승 7패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18 발언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최악의 한 수가 됐다.
팀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왔다면 선수단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겠지만 팀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18과 함께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한 것은 선수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SK는 이 감독의 +18 발언 뒤 치러진 경기에서 2-5로 패하며 LG에게 6연패 뒤 연승을 안겼다. 여기에 마운드와 타선을 이끄는 김광현과 최정은 부상으로 인해 경기 도중 교체됐다.
이는 복선이었다. 이후 SK는 3연패 중이던 롯데를 만나도, 8연패에 빠져 있던 한화와 만나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결국 2215일만의 8연패, 2109일만의 6위, 1182일만의 4할대 승률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만수 감독은 우천 취소된 1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선수단 미팅에서 한 이야기를 전했다.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신경쓰지 마라. 그리고 너무 이기려고만 하다 보니까 긴장을 한다. 때문에 원래 있던 실력에서 60~70% 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더 즐겁게 하라".
이 감독은 "연패 기간 도중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말의 무서움'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물론 연패의 가장 큰 이유는 이 감독이 밝힌 것처럼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과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는 타선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실력만으로 선발진 부진, 타선 침체가 나온 것은 아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18 발언이 끼친 영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 감독도 이를 깨달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SK 이만수 감독.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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