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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걸그룹 XX, 일본 언론 호평”
“아이돌 그룹 XX, 중국 현지서 뜨거운 반응”
하루가 멀다하고 일면식도 없는 소속사 관계자들이 언론사로 보내는 보도자료 메일 내용이다.
요즘 가요계는 그야말로 ‘아이돌’ 포화상태다. 동방신기로 시작된 한류 아이돌 붐은 슈퍼주니어에서 아시아권으로 확대됐고, 카라로 시작된 걸그룹붐은 이내 소녀시대, 티아라, 2NE1 등 굵직한 걸그룹의 해외 진출을 가능하게 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붐은 이제 ‘K팝’으로 확산됐고, 많은 기획사 관계자들이 제2의 동방신기 혹은 카라를 꿈꾸면서 신인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돌 그룹 열풍에는 기존 기획사 뿐만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투자를 받아 급조된 기획사 까지 우후죽순 동참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한국 가요계에 데뷔하는 신인 가수의 80% 이상은 댄스를 내세운 아이돌 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간혹 밴드가 보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FT아일랜드나 씨엔블루와 차별성을 찾아 볼 수 없는 ‘아이돌 밴드’다.
요즘 한국 가요계에 대해 관계자들은 ‘과잉공급’이라는 말을 쓴다. 한 가요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기획사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거기에 ‘K팝’붐으로 수익창출을 노리고 배우 매니지먼트사까지 가수를 발표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과잉공급’으로 인해 새로운 아이돌 가수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신인 걸그룹을 데뷔시킨 한 기획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가수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가요프로그램인데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3개월 앞까지 출연자가 꽉 차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린다. 무작정 데뷔를 미룰 수는 없어 방송 출연 없이 음원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이 환대 속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한국의 ‘지방행사’ 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공연이라고 해서 갔는데, 나이트 클럽 같은 장소이거나 지방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성 공연이 많았다”고 실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80~90년대 국내의 팝시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인기그룹은 한정돼 있는 반면, 그 인기그룹이 현지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대한 차선책으로 ‘한국 출신 아이돌 그룹’을 찾는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지인들도 ‘K팝’스타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일까? 그건 아니었다. 일본 치바현에 거주 중인 재일교포인 가네다 준코(28)씨는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정도는 현지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K팝’에 대해 일본인 전체가 호응하는 것 처럼 비쳐지는데, 일본에서도 아이돌 시장은 매니아들의 문화이며 그런 매니아들이 한국 걸그룹으로 트랜드가 넘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K팝’ 1세대 정도만 현지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누리고 활동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가 보도될까? 이에 대해 기획사 관계자들은 “음반 판매의 경우 명확한 수치가 나오지만, 현지인의 반응은 직접 확인하기가 힘들지 않나? 그렇게라도 홍보를 해야하는게 한국 아이돌 기획사들의 현실이다”고 밝혔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아이돌 붐이다. 하지만 ‘K팝’=’아이돌의 댄스 음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성격의 차별성 없는 아이돌이 양산되면서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제 살 갉아먹기’ 양상이다. 한 때 붐에 편승하기 위한 ‘찍어만든’ 아이돌의 양산으로 국내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해외도피를 하는게 요즘 가요계의 슬픈 현실이다.
[위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아이돌들 동방신기-카라-소녀시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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