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장에서 감독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볼넷보다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게 낫다”다. 모든 지도자는 투수가 경기 중 중요한 시기에 볼넷을 내주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쓸데없이 볼넷을 내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진다”는 격언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틀린 경우도 거의 없다.
▲ 김시진 감독 속 터질 만 하네
특히 넥센 김시진 감독은 항상 피볼넷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지도자다. 김 감독은 “타자가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다. 볼넷은 투수가 승부해보지도 않고 지는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또한, “피볼넷은 수비 시간만 쓸데 없이 길어지면서 야수들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라며 투수의 정면 승부를 강조한다. 아니나 다를까 12일 인천 SK전서 피사사구 10개로 패배하자 “볼넷을 줄여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투수들을 질타했다.
김 감독이 속이 터지는 이유가 있다. 넥센은 14일 현재 피볼넷 322개, 경기당 4.3개로 최다 1위다. 이 부문 최소 1위인 삼성의 222개와는 무려 100개 차이가 난다. 넥센은 현재 팀 평균자책점 3.84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만큼 공짜 출루로 김 감독의 간을 졸이게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참고로 넥센 마운드는 지난해에도 601개, 2010년에도 614개로 피볼넷 최다 1위를 기록했다. 현 상황에선 3년 연속 피볼넷 1위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반대로 올 시즌 피볼넷 최소 1위 삼성은 경기당 2.96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삼성이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54로 1위를 달리는 건 그만큼 쓸데없는 위기를 예방했기 때문이다. 한편, 최하위를 달리는 한화는 넥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당 3.95개의 피볼넷을 내줬다. 이밖에 롯데(3.59개), 두산(3.87개), KIA(3.48개), SK(3.46개), LG(3.37개)는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
▲ 최근 11시즌 피볼넷 최소 1위팀, 8차례 KS 진출
단일리그로 재편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1년간 각 팀별 피볼넷을 살펴보니, 당연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2001년 499개로 최소 피볼넷을 기록한 KIA를 제외하고 최근 10년 연속 리그 최소 피볼넷 팀은 포스트시즌에 안착했다. 나아가 2010년 롯데(419개)와 2003년 KIA(413개)를 제외하곤 8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만큼 볼넷을 적게 내줘 마운드가 안정된 팀이 최후의 승부에서 웃었다는 방증이다.
21세기 들어 11시즌간 최소 피볼넷으로 가장 이득을 본 팀은 마운드 왕국 삼성이다. 지난해 395개만의 피볼넷을 내줬고, 2005년 387개, 2006년 365개로 모두 피볼넷 최소 1위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385개로 최소 2위를 차지한 걸 제외하면 최소 피볼넷을 기록한 시즌 모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최소 피볼넷 1위인 삼성이 과거의 역사를 반복한다면, 해피엔딩이 가능하다.
KIA도 재미를 봤다. 2001년(499개), 2002년(370개), 2003년(413개), 2009년(441개) 네 차례 피볼넷 최소 1위를 차지했고, 두산도 2007년(399개), 2008년(379개)에 각각 피볼넷 최소 1위에 올랐다. KIA는 2001년 피볼넷 최소 1위를 하고도 정규시즌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고, 2003년에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음에도 SK의 돌풍에 막혀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피볼넷 최소 1위 자리를 되찾는 동시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반대로 21세기 들어 피볼넷을 가장 많이 내준 팀들은 2002년 LG(501개)를 제외하곤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넥센을 비롯해 2007년 KIA(526개), 2005년 KIA(510개)는 모두 최하위 수모를 맛봤다. 또한, 2009년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의 피볼넷은 609개로 최하위였다. 피볼넷이 적어 우승을 맛봤던 삼성이 피볼넷 최다 1위가 되자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대기록도 끊겼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볼넷을 적게 내준 팀은 대부분 최후의 승부에서 웃었고, 볼넷을 많이 내준 팀은 가을 야구 문턱에서 대부분 주저 않았다. 피볼넷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외로 크다. 다만, 올 시즌 피볼넷 최다 1위 넥센은 4강 진입이 충분히 가능한 전력이라 2002년 LG에 이어 10년만의 ‘피볼넷의 법칙’ 예외 케이스가 될지도 모른다.
[김병현-이승엽 맞대결(위), 올 시즌 볼넷 2위 강윤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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