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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첫 콘서트였어요. 300명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이었는데 모두 매진된 공연이었죠. 무대에 등장하니까 관객석에 꽉 찬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그 순간 그 장면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만큼 벅찼어요. '이야, 꿈이 이뤄졌구나. 내가 빛나는 스타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2004년 10월 23일. 바비킴은 그날, 자신의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2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20살에 다시 한국을 찾은 바비는 1994년 데뷔한 19년차 가수다. 그는 2004년 발매된 1집 '고래의 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 무명의 시절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안 해본 것이 없어요. 앨범 세션, 디렉팅, 영어 교육 프로그램 등 안해본 아르바이트도 없어요.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일 하면서 힘들긴 했지만 내가 목표한 음악이라는 목적을 이루기까지 끝까지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그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곡 '고래의 꿈'의 공이 컸다. 이 곡을 통해 대중들은 서서히 '바비킴'이라는 가수를 알아갔고 매니아층도 형성됐다. '고래의 꿈'으로 음악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적은 없지만, 그의 마음에서는 최고인 곡이다.
이후 '랩의 할아버지', '힙합의 대부'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가수로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던 바비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2011년 4월, 2층 난간에서 떨어지는 추락사고를 당했다. 당시 바비는 갈비뼈에 금이 가고 경추 세 군데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던 상황이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이 1mm 차이로 비켜갔다고 하셨죠. 한달 넘게 입원을 했다가 퇴원했는데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하죠. 이렇게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됐잖아요. 하나님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거죠"
그 당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MBC '나는 가수다'였다. "'나가수'를 처음 봤을 땐 정말 이해가 안됐죠. 왜 프로패셔널한 가수 7명을 불러 놓고 순위를 줄까. 급기야 탈락을 시키는 것은 가수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어요. 내가 저기 나가면 미쳤다고 했죠. 그런데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그런데 이해 안되는 이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가 들어왔다. 당시 바비킴은 추락사고 이후 행사요청도 들어오지 않았고 예정됐던 콘서트도 취소된 상태였다. 바비는 4, 5개월 간의 공백기간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잊혀진 가수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섭외가 들어왔는데 왠지 이 방송에 출연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가수'의 좋은 점은 자존심을 건드는 만큼 일등에 대한 열망을 갖게 만드는 '심리적 시스템'이 있어요. '나가수'에 출연하는 동안에는 일주일이 이틀 처럼 느껴졌죠. 본래 음악을 할 때는 시계 보면서 달력을 보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케이,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바비킴은 '추락사고'와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감사를 배웠다고 했다.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바비는 최근 스페셜 앨범을 발매했다. '올드 앤 뉴(Old & New)'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바비킴이 불렀던 드라마 OST, 선배가수들의 리메이크곡들과 가수 박선주 작곡의 타이틀곡 '못됐다 사랑'을 포함한 5곡의 신곡들이 담겼다.
"이번 앨범은 오롯이 팬들을 위해 만든 거에요. 팬들에게 많이 사랑 받았던 노래와 저만의 음색을 담았어요. 완전히 제 색깔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뜻 깊은 노래들로만 모았어요. 선주누나가 만들어준 '못됐다 사랑'은 누나가 저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래요. 잘 들어보시면 저에 대해 아실 수 있을 거에요"
그가 눈을 반짝이며 꿈을 이룬 순간을 묘사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수는 혼자서 노래 부르는 것은 싫죠. 누군가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 누군가의 시선이 나에게 잡아 두는 것. 그게 가수죠"
[바비킴. 사진 = 오스카 엔터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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