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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에는 민우(이선균)와 재인(황정음) 사이에서 유난히 뺀질거리는 인턴 동기 장혁찬이 있다. 생긴 건 말끔한데 어쩜 저렇게 뺀질대는지 얄미울 지경이다.
그런데 저 배우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이름은 김사권이라는데, 저 배우를 보고 있으니 왠지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 와이파이가 잘 뜨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김사권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이 이상한 기분의 정체와 함께 "사권씨, 와이파이 잘 떠요?"라고.
김사권과 만난 건 '골든타임' 2회가 방송되고 하루 뒤였다. 실제로 보니 하얀 피부에 웃는 게 여간 훈훈한 게 아니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한 데다가 말도 천천히 또박또박 한다. 그것도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이다.
이런 훈남이 어떻게 그런 뺀질이를 잘 연기한 걸까? "혹시라도 미움살까봐 걱정이에요. 하하"
김사권에게 '골든타임'은 첫 번째 연기 도전이다. 광고는 스무 편이 넘게 출연한 베테랑이지만 연기는 초보 중의 초보다. "사실 어제 잠을 못 잤어요. 광고나 연극, 뮤지컬과 다르게 제가 나오는 걸 본 방송으로 본다는 건 처음이니까요. 인터뷰 때문에 일찍 자려고 했는데, '아, 저긴 저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잤어요. 그리고 처음이다 보니까 작품 전체를 봐야 하는데 제가 어디에 나오는지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들 연기하는 걸 보니까 저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나도 저렇게 연기 해야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골든타임'에서 배우 이성민과 이선균이 펼치는 연기력은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이성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최인혁의 카리스마와 이선균이 그리는 민우의 불안감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첫 대본 리딩 때 배우들을 보고 믿음이 갔어요. '무조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이선균 선배도 인턴 동기로 나오다 보니까 제게 많은 걸 알려주세요. 이성민 선배도 그동안 작품에서만 뵈었는데, 평소에는 너무 털털하다가 연기에만 들어가면 순식간에 집중하더라고요. 정말 배울 게 많아요. 저희 스태프나 배우들 사이에서도 이성민 선배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연기력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전 좋은 역할로 곁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요"
말하는 건 정말 차분하고, 해맑은데 뺀질이 인턴은 어떻게 연기하는 건지 궁금했다. "밉지 않은 뺀질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하. 후반부에는 혁찬이가 뭔가 사고를 칠 것도 같아요. 민우가 초반에 의사에 대한 열망이나 고민 없이 편한 길을 선택했다가 꼬마 아이를 살리지 못하면서 겪었던 감정을 혁찬도 후반부에 어떤 사건을 통해 느끼게 되지 않을까 바라보고 있어요"
부산 올로케이션 제작인 '골든타임'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김사권도 예외는 아닌데, 능글능글한 사투리가 때로는 귀엽기도 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서울에서 부산 출신인 배우 분에게 두 달 정도 수업을 듣고 내려갔어요. 전 사실 충청도 출신이거든요. 사투리가 전혀 다른 스타일이에요. 충청도는 말을 다 끌면서 천천히 하는 거라서 전혀 반대에요. 초반에는 많이 헷갈렸는데, 식당 같은 데를 가서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쓰려고 노력하니까 이젠 입에 붙던 걸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김사권은 여러 광고에서 얼굴을 내비쳤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와이파이 잘 떠요?"라며 휴대폰 매장 직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한 통신사 광고였다. 그 광고 덕분에 알아보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 듯 했다. "사실 저도 궁금해서 친구랑 큰 휴대폰 매장을 간 적이 있어요. 엄청 큰 화면에 그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옆을 지나가던 분이 절 보면서 '어? 와이파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네. 저 맞아요'라고 한 적도 있어요. 하하"
결국 김사권은 남들과 비슷하게 대학에 진학했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가슴이 끓어오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 갔고, 휴가를 나와서 연극영화과 친구들을 만나며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두근두근. 무언가가 김사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사권은 진로를 바꿨고 기본기를 다지는 몇 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배우 김사권이 됐다.
"남자 배우는 서른 살 이상이 돼서 연륜도 있고, 삶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어린 배우가 힘들고 고뇌하는 진지한 모습을 연기한다면, '시청자들이 그걸 믿을까'란 생각도 있었어요. 그동안 칼을 갈고 나왔죠. 하지만 현장에 나오니까 아직 부족한 게 많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일찍 나왔으면 연기도 못하고 저 스스로도 견디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김사권에게 '골든타임'은 특별하다. 드디어 자신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무덤덤하지만 뭔가 있는 캐릭터.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서 그런 연기를 할 거에요. '골든타임'도 기존의 의학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에요.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겠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더 중요해요. 저도 거기에 한 몫하고 싶어요. 이제 올림픽이니까 그 기운을 받아서 같이 대박 났으면 해요. 금메달도 많이 따고, 저희도 '골든'이니까 '골든타임'도 잘되고요. 하하"
[배우 김사권.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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