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형, "여자들은 나쁜남자 좋아하지 않나요?"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배우 박건형이 사는 세상을 엿봤다. 작품에 몰입하는 동안 그의 일상에서 인간 박건형과의 삶은 잠시만 안녕이다. 진짜 박건형이 살아가는 인생은 과연 뭘까, 그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자신도 정답을 알고 있었다.

"모든 작품은 모두 제 안에서 시작해요. 저의 모습이 다 작품을 통해 표현되는 거겠죠"

박건형에게 내재한 다양한 매력 중 다정함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MBC 수목드라마 '아이두 아이두'를 통해 큰 반짝임으로 일었다.

극 중 산부인과 의사 조은성 역을 맡아 연기하는 동안 그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김선아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직접 초음파 검사까지 나서는 쿨한 순애보를 보였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진정한 매너를 보여준 박건형의 모습에 여성들은 주변에서 '조은성 찾기'에 나섰다.

이처럼 '아이두' 조은성을 통해 여성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박건형은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캐릭터의 인기에 대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남자들이 알 것 같아요, 아니면 모를 것 같아요? 안다면 여자와 남자가 왜 싸우겠어요. 저는 사실 여자들이 나쁜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정반대 캐릭터인 조은성이 사랑받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여자들은 욕심쟁이인가요?(웃음) 사실 조은성은 저에게 좀 파격적이었어요. '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남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사랑하는 상황, 되게 어려운데 전 그런 어려움을 즐겨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의 난관에서 조차 긍정적인 조은성, 단순하게 이 남자를 이해하는 과정만을 즐겼던 박건형은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상하진 못했다.

"그렇게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조은성은 나보다 조금 더 긍정적이고 이해심이 많은 저돌적인 인간이구나' 정도로 생각했죠. 그런 점이 저와의 차이점은 아니지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해요"

주변에서 조은성 찾기에 실패한 여성들은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임을 인지했다. 그래서 그에게 "조은성은 비현실적으로 멋진 캐릭터라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 호응이 일고 있는 상황을 말해줬다.

"주변에서 제 친구들이 얼마나 웃기겠어요. 특히 아는 누나들이 전화해서 '야 너 같은 남자 없니? 왜 저런 남자 내 눈엔 안보이는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간단하게 대답했죠. '누나가 그런 여자가 되면 그런 남자가 보여'"

조은성 찾기를 시도했던 터라 박건형의 뼈있는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르게 수긍했다.

"여자들이 조은성을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하는데 저는 믿어요. 실제로도 이런 사랑이 안된다는 말은 못하죠. 그런 면에서 조은성을 연기하는동안 개인적으로 많이 성숙한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많이 배웠다고 할까요? 진정한 사랑의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박건형이 알고 있던 사랑보다는 좀 더 성숙한 느낌을 알게 됐어요"

사랑을 하면서 좋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는 잘해주는 것에 대한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박건형은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남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사랑하는데 슬플까? 아플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김선아 씨를 봤어요. (극 중에서) 자기가 미안하니까, 저를 내치려고만 했어요. 그래서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연기할 때 나에게만 빠져있지 않았어요"

김선아을 향한 순애보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극 중 박건형도 김선아의 사랑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한 발짝 물러났던 그에게 러브라인에 대한 갈증은 없었는지 물었다.

"러브라인이 없다고 아쉽지는 않아요. 작가님이 쓰신 방향성이 있으니까요. 결과가 어찌 됐건 작품 안에서 제게 주어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알콩달콩한 장면들이 많았다면 좋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또 안 좋았을 수도 있겠죠"

그가 말했듯 작품을 하는 동안 박건형은 캐릭터와 상황에 동화돼있다. 싱글맘인 여자에게 청진기 프러포즈를 제안하고, 마지막회에서 족발을 만드는 장면을 위해 실제로 새벽 촬영부터 족발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조은성을 연기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만약 제 입장이 남아서 연기를 해야했다면 힘들 수도 있었겠지만 조은성은 가능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에게 청진기 프러포즈를 제안했어요. 뱃 속에 아이까지 같이 듣게 하는 고백, 좀 더 멋있을 것 같았어요"

박건형은 작품 속에서 주어진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따라가지만, 감칠맛을 더할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자신의 삶을 밀어내면서까지 조은성의 삶을 즐겼던 박건형이 만들어낸 '아이두 아이두'가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박건형 인터뷰는 ②편 에서 계속된다.

[박건형.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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