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최종편,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전 많은 이들은 베인(톰 하디)은 과연 조커(히스 레저)만큼 '미친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을까를 궁금해했다. 드디어 정체가 드러난 베인. 그는 무력으로는 배트맨을 완전히 제압하고 말았지만, 조커의 지독함을 쫓아가지는 못했다. 아마도 더 센 것을 기대한 이들은 어딘지 인간미마저 느껴지는 베인에게는 실망했으리라.
마지막 순간까지 찢어진 입술과 허옇게 칠해진 얼굴 안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끝까지 가버리는' 조커와 달리, 베인은 마지막 순간 정체가 드러나고 마는데 어찌보면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순정마초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모호한 것, 통제불가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기에 베인에 비해 조커가 주는 공포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예측할 수 없는 조커의 칼날은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은 베인의 주먹에 비해 체감도가 다르니까.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베인은 이해가능한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 큰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이코패스 조커는 우리에게 제거해버리면 그만인 타자이지만, 베인은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이면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나로 해석해볼 수도 있으니.
베인은 영화 초반 주식거래소를 습격해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을 알거지로 만들어버리고, 고담 시 곳곳에 폭탄을 설치 순식간에 온 도시를 장악하고 만다. 그러면서 있는 자들을 끌어내려 '추방 혹은 사형'이라는 그들만의 극단적 방식으로 처형시킨다. 무조건적으로 낙인찍고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않는 이들의 처형방식은 어쩌면 오늘 우리가 누군가에게 하고 있는 차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똑같이 되갚아주는' 복수, 남의 것을 앗아오는 방식은 우리 역시도 늘 상상해보는 때로는 행동으로 옮겨보는 치졸한 그러나 가장 속시원한 대응방식 아닌가.
크리스포터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의 탄생일화에 대해 많은 설명을 곁들이지 않았다. 영화 속 대사로 그의 불우했던 가정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하다. 하지만 베인의 탄생과정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큰 맥락이 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불안하고 불우한 사회가 양산해낸 베인을 통해 바로 내 안에, 내 주변에 늘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일면을 끄집어내 씁쓸함을 들이키게 만들었다.
조커VS베인, 어떤 것이 더 끈질기고 더 지긋지긋한 공포의 대상일까?
[조커(왼)와 베인. 사진=영화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라이즈'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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