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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런던(영국) 올림픽특별취재팀] 유도, 정말 재미가 없어진걸까.
유도팬들은 아직도 최민호(한국마사회)와 이원희(용인대 교수)의 한판승 퍼레이드를 잊지 못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봐도 1984년 LA 올림픽에서 안병근(용인대 교수)과 하형주(동아대 교수)가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한 것을 시작으로 전기영, 김미정 등 전설의 유도스타들은 시원스러운 공격 유도로 팬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재범(한국마사회, 81kg급)과 송대남(남양주시청, 90kg급)이 금메달을 따냈지만, 시원한 한판승은 드물었다. 심지어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더라도 한판승보단 소극적인 공격으로 지도를 주고 받아 우세승이 나오거나, 연장전 골든 스코어 제도까지 이어진 끝에 심판 판정까지 가는 지루한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왜 이런걸까. 과거 세계 유도는 종주국 일본과 한국이 양분했다. 하지만, 전체 7일 일정 중 5일이 끝난 2일 현재 금메달 10개 중 두 나라가 가져간 금메달은 단 3개다. 러시아가 2개, 브라질, 그루지아, 북한, 슬로베니아, 프랑스가 각각 1개를 따냈다. 그만큼 세계유도가 평준화됐다는 뜻이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일본과 중국이 각각 4개와 3개를 따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 남자의 경우 유럽의 기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과거 체구가 작은 한국과 일본이 기술유도로 유럽 선수들을 제압했다면, 타고난 하드웨어가 뛰어난 유럽 선수들은 기술까지 갖춰 세계 유도계를 휩쓸고 있다. 여자의 경우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선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중국이 전략 종목으로 여자유도를 육성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강세가 약화됐다. 남미 국가들도 만히 성장했다.
전력 분석의 중요성도 커졌다. 전 세계 곳곳에 강호가 득실거리니 상대 분석 없이 경기에 나섰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러니 과감한 기술보다 소극적인 공격과 수비 위주의 ‘안전한 유도’가 나오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부터는 5분 정식 경기가 끝난 뒤 3분의 연장전서는 포인트 하나로 승패가 바로 갈리는 ‘골든 포인트’제도가 도입되다 보니 연장전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기술을 시도하다 역공을 당할 경우 그대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을 이용한 하체공격이 금지되고 효과가 없어지면서 유도 룰 자체가 단순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유도연맹은 2010년 공격과 수비를 할 때 상대 하체에 손을 댈 수 없게 했다. 그간 과거 유도스타들이 손으로 하체를 공격해 한판승을 따낸 전례가 많았기에 이런 규정변화가 소극적인 플레이와 더불어 재미 반감이 일어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시원스러운 플레이가 덜 나온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루함이 느껴지는 경기가 많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이 값진 금메달 2개를 따냈지만, 이런 양상은 유도계 전체적으로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유도 선수들. 사진 = 영국(런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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