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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태환이 은메달 2개를 따며 런던올림픽 일정을 끝냈다.
박태환(SK텔레콤)이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의 통산 올림픽 메달도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로 풍성하다. 주종목인 400m에선 판정 번복 속 은메달을 땄고, 200m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1500m에선 처음으로 결승전에 올라 4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그의 기량은 슈퍼클래스다. 다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이번 런던올림픽에서의 위상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박태환이 나아가야 할 길도 명확하게 보였다.
▲ 초반 스퍼트 경쟁력 확인의 명암
박태환이 세계적인 수영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경기 내내 중위권을 지키다 1바퀴를 남기고 쭉쭉 치고 올라오며 우승을 하는 모습을 박태환은 물 속에서 보여줬다.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에 그랜드 해켓(호주), 장린(중국) 등 이름값 있는 수영 스타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그가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원동력도 막판 스퍼트였다.
하지만, 더 이상 박태환에게 막판 스퍼트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24살의 박태환보다 어리고 힘 좋은 스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쑨양(중국)과 에릭 야넬(프랑스)이 대표적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박태환은 더 이상 쑨양과 야넬과의 순간 스피드 다툼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없다. 쑨양과 야넬은 4년 전 박태환을 보듯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이에 박태환은 레이스 전략을 수정했다. 400m와 200m 모두 초반부터 힘을 쓰는 전략을 시도했다. 어느 정도 성공했다. 박태환의 스피드가 여전히 세계 정상급임이 증명됐다. 그러나 앞으로 그보다 어린 선수가 늘어날수록 스피드 경쟁을 장담할 수 없고, 박태환의 레이스 전략이 상대에 해부되는 것도 그에겐 분명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 경기운영능력 더 끌어올려야
박태환은 1500m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사실상 400m에 집중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예선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뒤쳐졌고, 결선에서는 쑨양과 멜룰리(튀니지), 등 정상급 장거리 선수들과 확연한 기량 차이를 드러냈다.
1500m 같은 장거리는 레이스 전략이 중요하다. 힘의 분배를 통해 어느 지점에서 스퍼트를 올리고, 어느 정도 상대 선수들을 따돌릴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미리 돼 있어야 한다. 확실히 박태환은 이런 점이 미흡했다. 최근 몇 년간 1500m 실전 레이스 경험이 적으니 당연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스피드 싸움에서 20대 초반의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뒤쳐질 것을 각오한다면, 레이스 전략, 즉 경기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건 분명한 숙제다.
1989년생인 박태환은 올해 한국나이로 24살이다. 수영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누릴 시기다. 하지만, 과거 수영스타들의 행보를 볼 때,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향하면서 서서히 내리막을 탄 경우가 많았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스피드의 둔화다. 박태환이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선수들의 행보를 본다면, 박태환이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니 2년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결코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레이스를 펼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박태환의 숙제는 200m와 400m 등에서도 경기 운영 능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이다. 막판 스퍼트 일변도에서 벗어났고, 가능성을 보인 건 분명 고무적이다. 이제 여기서 좀 더 세련된 경기운영 능력, 즉, 노련미를 갖춘다면 2년 뒤 인천 아시안게임, 나아가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세계 정상급 스타로 군림할 것이다.
[박태환.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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