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현장
[마이데일리 = 런던(영국) 고동현 기자] 인터뷰에서 대업을 이룬 선수의 '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국체대)이 한국 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양학선은 7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 출전해 16.533점을 얻으며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을 0.134점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한국 체조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홍철을 시작으로 지난 베이징 올림픽까지 꾸준히 은메달은 수확했지만 금메달에는 2% 부족했다. 특히 양학선과 같은 종목에 출전했던 여홍철이 착지에서 아쉬움을 남긴 애틀랜타 올림픽은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양학선도 의식을 했다. 그는 "선배들한테도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2등을 할 때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 역시도 2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금메달을 땄다"고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양학선에게는 같은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시도' 조차 못하는 '양1'이 있었다. 여홍철이 시도했던 '여2'에서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인 '양1'은 7.4점짜리 기술이다. 다른 선수들이 사용하는 기술에 비해서 0.2~0.4점 정도 높다.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뒤 경기를 치른다.
'양1'의 힘은 대단했다. 양학선은 첫 번째 시도에서 '양1'을 시도한 가운데 착지가 완벽하지 않았다. 양학선 조차 "아, 큰 일 났다 싶었다"고 할 정도로 몸이 앞으로 비교적 많이 쏠렸다. 하지만 점수는 당시 1위였던 아블랴진의 16.399보다 0.067 높은 16.466을 받았다. 이후 양학선은 두 번째 시도에서 완벽한 착지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굳혔다.
이렇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기술을 선보이며 대업을 이뤄낸 양학선이지만 인터뷰 모습은 영락없는 20살 소년이었다. 그는 인터뷰내내 금메달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의 믹스트존에는 다른 경기장과 달리 마이크가 설치돼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자원봉사자가 마이크를 양학선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약간은 허름하고 어두컴컴한 믹스트존에서 곧바로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학선은 때로는 당차게, 때로는 허점을 보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양학선은 "러시아 선수가 뛰기 전에 '잘 뛰어라, 그래야 나도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당찬 20살 모습 그대로다. 이어 양학선은 두 번째 시도 당시 "구름판을 짚을 때 몸이 깃털 같았다"는 말을 해 '멘트 사전 준비설' 의혹을 사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마찬가지. 양학선은 두 번째 시도에서 출발부터 착지까지 모두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양학선은 "백퍼"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100%'를 줄여 말하던 버릇이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나온 것. 말을 줄여 쓰는 평범한 젊은 세대 모습 그대로였다.
늠름한 경기 때 모습과 달리 밖에서의 그의 모습은 해맑으며 당차고, 약간의 허술함이 있는 평범한 20살 대학생이었다.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 사진=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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