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여름은 누가 뭐래도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이 10대 청소년인 만큼 학생들의 방학시즌이 공포영화계의 대목이나 마찬가지인데다, 찌는 듯한 더위를 서늘한 공포로 날려버리려는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에 '여름'하면 '공포영화'가 떠오르고 '공포영화'라고 하면 '여름'이라는 계절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올해는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듯싶다.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에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공포영화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충무로에 불어닥친 대작바람은 공포영화의 기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특히 작품성은 인정받았음에도 흥행과 연결되지 못해 공포영화 시장에 오히려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러다 빛도 보지 못한 채 여름이 지나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예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무서운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는 언어장애를 가진 살인범에게 납치돼 생사의 기로에 선 여고생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속에는 4가지 무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정범식 감독의 '해와 달', 임대웅 감독의 '공포 비행기', 홍지영 감독의 '콩쥐, 팥쥐', 김곡과 김선 감독의 '앰뷸런스'가 짧지만 강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여고 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메가폰을 잡았던 민규동 감독이 살인범과 여고생의 이야기를 통해 4가지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짜임새 있게 묶어냈다.
이 영화는 공포와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개봉한지 2주가 다 돼가는 시간 동안 누적관객수 28만명(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6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천만 관객 돌파 영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도둑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맞붙은 탓이 크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된데다 주말, 평일 상관없이 꾸준한 수의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음에도 최근 연달아 개봉한 시리즈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해 상영관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도둑들'이 27.4%,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6.2%의 스크린점유율을 기록할 때 '무서운 이야기'는 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이 십대 청소년임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관객들의 눈길이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쏠린 것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두 개의 달'도 비슷한 경우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하는 귀신, 잔인한 장면 등 없이도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포영화라는 평을 받았지만 '연가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에 밀려 전국 42만6595명을 동원했다. 심지어 '도둑들'이 개봉한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박스오피스 Top10에서 사라졌다.
물론 공포영화들이 '도둑들'이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작품성은 기본,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데다 상영관까지 다량 확보하면 공포영화도 제2의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인기있는 10개의 영화를 보여주는 박스오피스 Top10 중 5위를 '무서운 이야기', 8위를 '피라냐 3DD', 10위를 '그레이브 인카운터'가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흥행 온도는 미지근하다. 빈익빈 부익부, 이 말은 관객쏠림현상을 겪고 있는 충무로 역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영화 '도둑들'과 '무서운 이야기' 포스터. 사진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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