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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인턴기자] 아이돌 드라마의 시대다.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나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를 비롯해 영화 '미스터 아이돌'과 '화이트-저주의 멜로디'까지 아이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아이돌을 소재로 한 또 다른 드라마가 등장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돌이 아니라 팬이 주인공이고 1세대 아이돌이 주름잡던 시절인 1997년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 다른 아이돌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극 중 주인공 시원(정은지)은 H.O.T. 멤버 토니안의 부인이 되는 게 장래희망인 '빠순이'다. '빠순이' 시원은 단짝친구 유정(신소율)과 함께 팬클럽 단체복을 입고 H.O.T. 공개방송을 보러다녔다. H.O.T.가 '전사의 후예'를 부르자 울먹이며 따라 부르고 토니 안에 관한 일이라면 사소한 것까지도 다 외웠다. 이런 '빠순이' 시원의 모습은 1세대 아이돌을 좋아했던 시청자들의 격한 공감을 샀다.
하지만 '응답하라'는 이렇게 일부의 추억을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응답하라'는 1997년을 떠올릴만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첫 방송에서 윤제(서인국)와 친구들이 DDR(전후좌우 방향판을 밟으며 춤추는 게임)을 하고 성재(이시언)가 다마고치(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를 키우는 장면이 등장했다. 시원과 유정은 함께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보며 안재욱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3회 방송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기억할 만한 1997년 축구 한일전 '도쿄대첩'이 화면에 등장했다. 이민성이 막판 역전골을 넣고 온 가족이 환호하는 장면을 통해 '응답하라'는 그 시절을 살았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사했다.
그렇다고 '응답하라'가 그 시절의 추억을 재연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시원과 윤제의 관계를 통해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도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던 두 사람이 자라면서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깨닫는 과정은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윤제가 유정의 고백을 받자 시원에게 "(유정과) 만나지 말까"라고 진지하게 묻는 장면은 이들의 고민이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야동'만 보고 자라 실생활에서 여자들과 마주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찬(은지원), 같은 남자인 윤제를 좋아하지만 고백할 수 없는 준희(호야)의 이야기도 '응답하라'에 담겼다. 1997년을 그렸지만 이 이야기는 2012년을 살고 있는 현재의 10대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도 닮아 있어서 그 시절을 추억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색다른 공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응답하라'는 '빠순이'의 추억 이야기 이상이다. '응답하라'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1997년을 살았고, 그리고 2012년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응답하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배우 서인국(맨위 왼쪽)과 정은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tvN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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