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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뜨겁다. 데뷔 초반 'B급'을 표방했던 이 가수를 그 누구가 B급으로 부를까?
싸이는 지난 7월 15일 ‘싸이 6甲 part 1.’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강남스타일’로 한국을 살아가는 젊은 오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반응이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다. CNN을 비롯해 LA타임즈 WSJ까지 유수 언론이 자발적으로 기사를 게재할 정도다.
LA타임즈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는 건 올림픽뿐만이 아니다. 이처럼 완벽하게 정신 빠지게 흥이 나고, 에너지가 넘치는 뮤직 비디오는 없다”고 말했다.
또, LA 타임스는 “가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스타일’과 ‘섹시 레이디’를 제외하곤 모두 한국어로 돼 있어 이를 번역하는 작업도 쉼 없이 이뤄졌다”며 “번역해 본 결과 ‘여자들은 낮엔 요조숙녀지만 밤에 뜨겁고 대담해지며, 당신을 향하는 나 역시 뜨거운 남자다. 이 밤에 내 마음은 폭발할 것 같다. 오빠(OPPA) 강남 스타일’이라는 내용이다”라는 자세한 분석까지 곁들였다.
기실 싸이는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가수다. 데뷔곡 ‘새’를 비롯해 ‘챔피언’ 등의 대표곡들은 싸이를 ‘축제섭외 1순위’로 만들었고 그의 퍼포먼스와 젊은이가 공감할만한 가사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은 단순한 인기가요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가요'로 등극할 기세다. 싸이의 노래가 '국민가요'에 등극하는 것은 이전의 성공방식과는 다르다.
기존 국민가요로 불릴만한 인기를 누린 곡들의 기준은 명확했다.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 양희은의 ‘아침이슬’ 등은 시대상을 담았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등은 지역을 담아서 국민가요로 등극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등에서 보듯 시대상을 오롯이 담아낸 곡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아이돌 그룹이 전성시대를 누리면서 사라질 뻔 했던 국민가요는 원더걸스의 ‘텔미’와 ‘노바디’, 소녀시대의 ‘지’ 열풍으로 부활했다. 음악 시장이 빠르게 변화했지만 이들 곡은 길게는 1년 가까이 온에어 되면서 새로운 ‘국민가요’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 국민가요들과는 달리 시대상이나 가사가 아름다운 곡들은 아니지만 가사의 단순 반복이 계속되는 ‘후크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국민가요라 부를만한 곡들은 배출되지 않았다. 3주도 채 정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음반시장에서 빠르게 곡들이 교체되면서 롱런하는 곡들이 없어졌고, 결국 대중의 입에서 흥얼 거리는 곡들 또한 볼 수 없게 된 것.
싸이는 데뷔 이후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왔다.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자 노래의 공통주제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 않아도 그의 노래는 인기를 누렸고, 싸이 또한 꾸준히 그 맥락을 지켜왔다.
‘강남스타일’은 그가 기존에 해 왔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사는 노골적이고 따라 부르기 쉬운 곡도 아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하나도 부합되지 않는 노래인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진영이 1995년 ‘엘리베이터’를 발표했을 당시 대중들은 파격적인 가사와 의상에 경악했다. 싸이 또한 2001년 ‘Psy From The Psycho World’로 데뷔 당시 그저 ‘독특한 콘셉트의 가수’ 정도로 생각됐다.
‘B급 가수’를 표방했던 싸이는 그 음악의 세련됨에 있어서는 A급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불어닥친 아이돌 열풍이라는 대중의 트랜드를 벗어났기에 B급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던 싸이는 결국 ‘강남스타일’을 통해 A급 가수로 거듭났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A급 배우들을 불러 놓고 B급을 표방한 영화를 만드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그래도 대중들은 이들을 B급 감독이라 하지 않는다. 이처럼 싸이는 자신의 색깔을 담은 노래를 꾸준히 만들었고, 결국 그의 B급 정서는 대중들에게 A급으로 작용했다.
‘돈되는 음악’만을 따라가는 수 많은 가요계 제작자들이 싸이의 뚝심 있는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이미테이션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리지널이 될 수 없듯 색깔 없는 음악은 롱런할 수 없다.
[싸이(위), CNN에 보도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CNN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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