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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홍명보(43)와 박주영(27·아스날) 사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불편했다. 하지만 둘은 굳은 믿음으로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2-0으로 완파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이 오가며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흐름을 깨건 ‘천재’ 박주영이었다. 그는 일본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오른발 슈팅으로 이날의 결승골을 쏘아 올렸다.
모두가 우스게 소리로 했던 장면이었다. 모나코 장기체류권 획득으로 축구 팬들의 눈 밖에 난 박주영이 이번 올림픽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박주영은 거짓말같이 그 일을 해냈다. 구자철이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고 양 팀의 경기가 달아오른 사이, 박주영의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잡아 그 누구보다 침착하게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박주영에겐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최종 엔트리에 그의 이름 석 자가 올랐을 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했다. 한국 체류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박주영을 반갑게 맞아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그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제자 박주영을 끌어 앉았다. 박주영의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박)주영이가 군대를 안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큰 소리를 쳤다. 또한 박주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에서 특별 과외를 실시했고 언론의 비난 속에도 끝까지 박주영을 믿었다.
홍명보의 믿음에 박주영도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전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스위스전에서 투혼을 불살랐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순간 멋진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한국에 승점 3점을 선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가봉, 영국전 침묵은 박주영을 다시 코너로 내몰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중요했던 브라질과의 4강전에 휴식을 부여하며 박주영의 컨디션을 조절했고, 마지막 승부인 일본과의 경기에 다시 원톱을 맡겼다. 그리고 박주영은 환상적인 드리블과 정확한 마무리로 ‘스승’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믿음의 사제’ 홍명보와 박주영의 런던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사진 = 카디프(웨일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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