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바에 모인 일본팬들 두골차로 벌어지자 '격분'
11일 새벽(한국 시각), 영원한 맞수 한국과 일본이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두고 혈투를 벌였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8일, 브라질(3-0)과 멕시코(3-1)와의 준결승전에서 패하며, 올림픽 무대에서 한일 라이벌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한일전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한국 못지않았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한 스포츠바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확정됨과 동시에, 우리 가게는 물론 주위 스포츠바 전 좌석 예약이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 역시 여기저기 수소문해, 겨우 시부야의 한 스포츠바에 입장할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지바 현에서 왔다는 아리무라(26) 씨는 이번 한일전에 대해 "U-23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는 성인 대표 멤버가 많아, 일본이 어려운 경기를 할 것같다. 1-1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 한국이 이길 거 같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이어, 대형 스크린엔 양국 선수들이 등장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심판 3명을 한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정렬했고 한국의 애국가가 먼저 울려 퍼졌다.
화면에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한국 선수들의 얼굴이 비쳤다. 이에, 어느 술 취한 일본 팬은 "저 얼굴 좀 봐라"며 비웃기도 했다.
이어 일본의 국가가 흘러나왔고,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팬들이 함께 조용히 따라 불렀다.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새벽 3시 45분이 되자 한일전이 시작됐다. 일본의 좋은 찬스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일본 팬들은 박수 치고, 아쉬워했다.
이 같이 열렬히 응원하던 일본 팬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은 이는 해결사 박주영이었다. 전반 37분, 일본 수비 요시다 마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수비 4명을 제치며, 일본 골망을 가른 것이다.
일본이 올림픽에서 선취점을 빼앗긴 것은 이번 한일전이 처음. 응원하던 팬들은 한동안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이었던 것이다.
이내 전반전이 종료됐고, 일본 팬들은 "아직 시간 많다"며 서로 격려했다.
후반 들어 일본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 홍명보호는 후반 초반 수비를 위주로 한 역습 플레이로 나섰다.
이 작전이 잘 들어맞은 것일까 후반 11분, 골키퍼 정성룡의 롱 킥을 박주영이 머리로 살짝 흘리자 골문으로 쇄도하던 구자철이 몸을 날리며 오른발 슛으로 연결. 2번째 골을 터뜨렸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가자, 스포츠바에서 응원하던 일본 팬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일본의 어느 팬은 골 재생 화면을 보며 "한국 잘한다"라며 실력 차를 인정하기도 했다.
경기 종료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팬들의 감정도 조금씩 격해지기 시작했다.
교체해 들어간 남태희 선수가 상대선수와 볼 다툼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으니, "장난치나? 꾀병 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는 등 한국 선수들에 비난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후반 41분, 요시다의 헤딩골이 터졌다. 이에, 팬들은 열광했다. 한 점만 더 넣으면 동점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들떠 있었다.
그러나 이 분위기도 잠시. 심판이 골키퍼 차징을 선언하며,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 팬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응원을 포기했는지 쏟아지는 잠을 청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막바지엔 "심판 이상하다. 매수한 거 아니야?"라며 악담을 퍼붓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경기는 2-0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고, 일본을 응원하던 축구팬들은 넋이 나간 듯 한동안 자리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64년 만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와 함께 대표팀 전원 18명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30대 회사원 히라카와 씨는 "오늘 경기에 패해, 너무 아쉽다. 오늘 하루종일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데...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다시 한번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으면 좋겠다. 그땐 꼭 일본이 승리할 것이다"라며, 이번 경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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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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