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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송승헌과의 인터뷰에선 그의 연기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인상 깊었다. 아시아 전역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톱스타 답지 않게 겸손했고 목소리에 상냥함이 묻어났다. 특히 미소가 매력적이었다. 눈을 마주치고 수줍은 듯 미소 지을 때는 '이게 살인미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송승헌으로부터 첫 사극 도전을 무사히 마친 소감과 결혼관이나 어릴 적 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첫 사극 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이 끝났다. 소감은?
"처음 사극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는데 제가 갖고 있던 사극에 대한 선입견이나 두려움을 많이 깨우쳐준 작품이었다. 사극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어떤 선입견이 있었나?
"따분할 것 같다? 재미 없을 것 같고? 그리고 사극은 왠지 모르게 아직까지 내가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 듯 했다. 연륜이 더 쌓인 다음에 도전해봐야 하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했다. '닥터 진'은 사극이었지만 전 현대에서 온 인물이기 때문에 제가 사극 연기를 한 건 아니라서 부담이 덜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갖고 있던 사극에 대한 두려움들이 사극이 가진 매력들로 사라졌다. 현대극과 다른 이야기들과 역사적인 인물들이 만나면서 굉장히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고, 이야기의 큰 흐름이나 힘이 현대극과 크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 다음에는 정통사극도 해보고 싶다"
-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범수 형은 10여년 전에 영화를 같이 했다. 그때는 코믹액션장르였다. 그 이후에도 범수 형과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다시 만나서 연기를 했을 때 예전과 달랐다. 범수 형도 그때와 다르게 연기를 하면서 내공 같은 게 느껴졌다. 제게 조언도 많이 해줬다. (김)재중이의 경우 연기는 처음 같이 해봤지만 가수를 하면서 연기자로 왔지만 굉장히 재능도 많더라. 음악을 하다가 연기자로서의 꿈도 가지고 있는 친구라 자기의 고민도 얘기 하고, 이 작품을 하면서 친해졌다. (박)민영씨는 기존에는 밝은 이미지만 봤었는데 어린 친구지만 영래 아씨와 미나의 1인 2역을 하면서 굉장히 잘해준 것 같다"
- '닥터 진'이 일본 원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골격인 현대 의사가 과거로 가는 건 똑같다. 사실 일본 드라마에선 멜로적인 부분들이 많이 자제돼 있다. 감독이 한국 드라마에선 아무래도 멜로가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조선시대로 온 진혁이 현대에 두고 온 애인 미나와 똑같이 생긴 영래 아씨를 만나는데 저희 드라마에선 평행 이론이란 걸 가미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감독과 작가와 제가 생각들이 달랐다. 서로 의견들이 분분했다. 진혁의 입장에선 무조건 현대에 두고 온 혼수상태의 미나를 구하기 위해 온 거고 그 친구를 구하러 가서 살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감독은 조선시대로 와서 영래 아씨와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똑같이 생긴 거지 같은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똑같이 생겼다고 해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까'라고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과 많이 얘기를 했다. 멜로적인 부분들이 아쉬움이 남는다"
- 경쟁작이었던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과의 승부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과는 뭐 시청률 면에서 당연히 졌다. 하지만 누가 그러더라. 우리나라에서 메달 딴 친구들만 칭찬해줄 게 아니라 예선탈락하고 메달 못 딴 친구들도 메달 딴 친구들만큼 피땀 흘린 친구들이라고. 메달을 못 땄다고 그 사람을 탓하면 안되지 않냐. 다같이 응원해야지. 저희 작품은 물론 시청률 면에선 졌지만 저희 스태프나 배우들이 다 열심히 했다. 그랬기 때문에 '닥터 진'을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든지 '떨어진다' 이런 분들은 많지 않더라. 어디 가서 창피할 정도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파업이란 것도 있었는데, 색보정이나 편집 등 내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못 받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여건 안에서 감독, 스태프들,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 '신사의 품격' 주연 배우 장동건과 계속 비교됐다.
"장동건 선배와 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과분하다. 비교 자체가 제게는 감사한 일이다. 좋아하는 선배이자 훌륭한 선배 연기자와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제게는 부담이 없는 것이다"
- 배우 송승헌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이냐?
"결혼이다. 마음 한 구석에는 사랑하는 와이프, 아기들과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연기자 할래? 행복한 가정 할래?'라고 한다면 연기자를 포기할 수도 있다. 연기자로서 하면 안 되는 생각일 수도 있다. '배우가 뭐 저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제 행복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다들 이제 아기를 낳았는데 이제 부럽다. 예전에는 남 얘기 같았지만 행복한 가정, 조촐하게 사는 게 가장 큰 꿈이다. 훌륭한 배우보다"
- 그런데 결혼은 왜 안 하냐?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인연이 안되었나 보다"
- 결혼 생각은 예전부터 한 것이냐?
"사실 제가 결혼을 못하는 것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결혼에 대해 아직 남 얘기 같은 게 있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 저건 남 얘기'란 생각이 있다. 그런데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하지만 주변에선 다들 결혼을 천천히 하라고 한다. 일과 사랑 중에 고르라면 전 주저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
- 어떤 여자를 만나고 싶나?
"어렸을 때는 저도 외모를 보고 예쁜 사람이 좋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서로 얘기가 통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 좋다"
- 아기는 몇 명이나 둘 계획인가?
"한 명은 아니다. 아기가 너무 외로울 것 같다"
"학창시절이 굉장히 행복했다. 고등학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15여 년이 지났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전 외할머니 손에서 오래 자랐다. 중학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할머니한테 좀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어렸고, 할머니께서 암에 걸리셔서 돌아가셨는데 변변히 손도 못 써봤다. 나중에 커서 생각해보니 후회가 되더라.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 과거로 간다면 다시 배우를 할 생각인가?
"운동선수도 해보고 싶다. 축구나 골프, 야구 같은 종목. 제가 실력이 좋다면 한다는 건데, 호날두가 드리블하는 걸 보면 '쟤는 정말 행복하겠다. 저렇게 제치면서 가는 희열이 어떠할까?'란 말도 안 되는 상상도 가끔 해본다. 그렇지만 연기자로 다시 시작한다면, 사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를 꿈꾸던 게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쪽에 발을 들였다. 그래서 준비를 못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체계적인 학교 수업부터 연기에 대한 전공을 하고 싶다"
[배우 송승헌. 사진 = 스톰에스컴퍼니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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