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가 남긴 발자취는 추억이다.
한화 박찬호가 또 다시 인상 깊은 기록을 추가했다. 박찬호는 14일 포항 삼성전서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시즌 7패째를 맛봤다. 아울러 포항구장 첫 경기 패전투수로도 기록됐다. 별것 아니지만, 기왕이면 개장경기서 좋은 기억을 남긴 선수가 나중에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듯, 박찬호에겐 분명 포항개장경기가 기분 좋게 마무리되진 못했다.
박찬호에겐 유난히 뼈아픈 기록과 기억이 많다. 1999년 4월 24일. LA 다저스 소속이던 박찬호는 세인트루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으로 앞선 3회 11점이나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때 당시 4번타자이던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한 이닝에만 만루 홈런을 두 차례나 맞았다. 2001년 올스타전서는 칼 립켄 주니어에게 역대 올스타전 최고령 홈런을 내줬고, 2001년 10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서는 배리 본즈에게 한 시즌 최다 71, 72호 홈런을 허용하는 불운을 맛봤다.
이런 그가 포항구장 첫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사실 잘 풀릴 경우 역사적인 포항구장 첫 승리투수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6이닝 4실점하며 나름대로 제 몫을 했으나 타선과 궁합이 잘 맞지 않은 탓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박찬호는 예전과 투구 패턴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9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힘으로 윽박질러 타자를 솎아내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손가락 끝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살짝 살짝 꺾이는 변화구로 타자를 속이는 비중이 좀 높아졌고, 타자와 그 타이밍을 싸움을 노련하게 할뿐이다. 그러다 설령 맞더라도, 결과가 좋았던 적이 더 많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14일 포항 삼성전서도 113구 중 직구와 계열의 볼이 63개로 전체 투구의 절반이 넘었다. 모든 투수가 그렇듯, 박찬호 역시 직구의 비중이 높다. 예전보다 스테미너가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박찬호는 직구 계열의 공을 믿고 승부한다. 설령 그것이 안 좋은 기록을 새기더라도 말이다. 이날도 박찬호는 평소와 비슷하게 부딪히다 포항구장 첫 패전 투수란 썩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추가했다.
박찬호가 훗날 은퇴한 뒤에도 좋든 싫든 기록은 따라붙을 것이다다. 그래도 끝없이 도전한다.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124승, 일본과 한국에서 6승, 총 130승을 수확했다. 안 좋은 기억들도 있었지만, 꾸준히 뛰어오다 보니, 어느새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업적을 쌓았다. 알고 보면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2000년 4월 12일엔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선 개장경기 승리투수가 된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가 올 시즌 5승에 그치고 있지만, 은근히 흡족해한다. 7일 대전 두산전서 4이닝 8실점하고 무너지고, 14일 포항에서 첫 패전을 당하며 그의 야구 역사에 좋지 않은 페이지를 장식하더라도 박찬호는 분명 박찬호대로 걸어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가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94년부터 지난 19년간 쌓아온 발자취는, 야구팬들에겐 훗날 추억이, 야구 후배들에겐 귀감이 될 것이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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