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성준과 김태한을 떠오르게 한다.
삼성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14일 포항 한화전서 시즌 14승째를 따냈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전반기만 못한 상황에서 7이닝동안 개인 한 경기 통산 최다인 12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처음 밟아보는 포항 마운드, 낯선 분위기 속에서 포항구장 역사상 첫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장원삼은 시즌 14승,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고지를 밟으며 다승 선두를 지켰다. 지금 페이스라면, 다승왕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 성준과 김태한을 추억하다
장원삼의 14승이 특별한 이유는 성준과 김태한에게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삼성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었던 레전드들이다. SK 성준 코치는 통산 97승 6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데뷔 첫해인 1986년 15승을 기록한 데 이어 1993년과 1994년엔 12승과 14승을 따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삼성 김태한 코치는 어떤가. 통산 44승 46패 55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한 김 코치는 1993년 성 코치와 쌍두마차를 이루며 14승을 따냈다. 1993년, 삼성은 성준과 김태한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문제는 성준과 김태한 이후 삼성의 좌완 계보가 끊겼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도 결코 꾸준하게 10승 이상씩을 책임지지는 못했으나 이후 10승 이상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해준 선수도 드물었다는 건 그만큼 삼성 좌완 선발들의 활약도가 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삼성은 결국 1998년 용병제도 도입 첫해에 스콧 베이커를 영입했다. 그가 15승을 따냈으나 어디까지나 용병이었다. 이후 전병호도 통산 72승을 따냈으나 10승 시즌은 두번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짧고 굵게 타오른 불꽃이었으나 성준과 김태한의 기억은, 삼성 올드팬들에게 꽤나 강렬했다.
▲ 14승 가치, 결코 안 떨어진다
세월이 흘렀다. 좌완 갈증에 시달리던 삼성은 2009시즌 후 히어로즈에 김상수, 박성훈을 주는 대가로 장원삼을 받았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6년 입단한 장원삼은 류현진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가렸으나 지난해까지 프로 6년간 58승을 따냈고, 올 시즌 14승을 보태 72승을 쌓았다. 성 코치와 김 코치의 커리어 하이인 14승에 절묘하게 도달했다. 만 29살 투수는 어느덧 통산 72승으로 다치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몇 년 안에 100승을 바라볼 수 있다.
흔히 장원삼을 두고 “불펜이 좋아서, 올 시즌 삼성 타선이 유독 잘 쳐주니까”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맞다. 장원삼은 14일 포항 한화전서 시즌 9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다승 선두를 달리는 투수치고 9차례의 퀄리티스타트는 많은 숫자는 아니다. 최근엔 타선의 도움도 많이 봤다. 당시 성준과 김태한에 비해서도 그렇다.
그래도 1승을 더하면 좌완 15승이다. 17~18승 페이스다. 절대 나오기 쉬운 기록이 아니다. 아무리 불펜과 타선이 도와준다고 해도 기복이 심하거나 스스로 무너지는 횟수가 잦을 경우 절대 넘볼 수 없는 승수다. 올 시즌 장원삼은 5이닝 이전 무너진 경우가 딱 한 차례였고, 4실점 이상 대량 실점도 5경기뿐이다. 한 달에 한 번꼴. 그것도 5경기 중 3경기는 6이닝을 넘겼다.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다승왕 후보 1순위로서의 가치가 있다.
▲ 다승왕 자격 충분하다
성 코치와 김 코치는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쥔 적이 없다. 김 코치가 93년 14승을 기록했을 때 다승왕은 LG 조계현 수석코치의 17승이었다. 물론, 왼손 투수 중에서는 최다승이었다. 성 코치가 94년 14승을 따냈을 때도 다승왕은 조 수석과 LG 이상훈의 18승이었다. 당시 두 사람은 좌완 투수 중 최고 레벨의 성적을 냈지만, 어쨌든 리그 최다승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다승 선두이면서도 내용에서도 109⅓이닝으로 이닝 소화 14위, 탈삼진 91개로 4위, WHIP 1.23으로 6위, 피안타율 0.255로 8위다. 세부 스텟도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이런 투수가 타선과 불펜의 지원으로 다승왕 후보에 오른 걸 100% 운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오히려 김태한 코치와 성준 코치의 뒤를 이어 20년만에 삼성 좌완의 에이스의 꽃이 새로 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장원삼은 다승왕에 오를 자격을 충분하게 갖췄다.
[장원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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