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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에는 쟁쟁한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김해숙, 김혜수, 전지현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전지현은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엽기적인 그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에 표면적인 수혜자는 전지현으로 보이지만 사실 숨은 수혜자는 김해숙이나 다름없다.
김해숙은 '도둑들'을 통해 50대 여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온전히 여자로서 존재하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20대가 아닌 50대의 달콤하고 아름다운 로맨스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또 이번 영화를 통해 어머니가 아닌 여자로서 매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그는 지난 1974년 MBC 공채탤런트 7기로 데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이 중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그의 연기인생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김해숙은 지난 2009년 '박쥐'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박쥐'에서 눈을 돌리는 연기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휘했고, 이 장면은 최동훈 감독에게도 인상적으로 다가와 그의 마음을 훔쳤다.
김해숙은 최동훈 감독을 반하게 한 눈 연기에 대해 "나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하지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박쥐'로 인연을 맺은 안수현 PD가 최동훈 감독의 아내였고, 최동훈 감독과 함께 차를 마시며 언젠가 같이 작품을 하자고 얘기했던 것이 '도둑들'이라는 결과물로 탄생됐다.
김해숙은 이번 영화로 천만 관객 배우가 됐다. "꿈속에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드라마 촬영장에 가도 사람들이 영화 얘기를 한다. 5명 중 1명이 본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박쥐'로 칸의 여인으로 거듭났으며 '도둑들'로 천만 관객 배우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른 배우들이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일을 두 번이나 해낸 셈이다.
김해숙은 "박찬욱 감독님은 내 연기 인생에 획을 그은 감독이다. 최동훈 감독님은 내 속의 다른 건 끌어내준 감독이다. 나는 정말 복이 많은 배우다"라고 밝혔다.
이에 '박쥐'로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고 '도둑들'로 전성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김해숙은 "나는 전성기라는 말이 싫다"며 "배우로서 존재감이 나타날 때 살아있는 느낌이 들 뿐이다"고 말했다.
"도전, 변신이라는 말이 사실 두 단어지만 그것을 계속 해 나간다는 건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내 연기관이고, 내가 엄마를 할 수 밖에 없는 나이의 배우였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제 조금 결실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보일 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낀다."
'도둑들'을 통해 전성기가 아닌 배우로서의 능력을 입증한 김해숙이 천만을 넘어 어떤 기록을 써 나가게 될 지 기대된다.
['도둑들' 캐릭터 포스터와 배우 김해숙. 사진 = 쇼박스 제공.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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