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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본 이들은 제2의 송새벽의 탄생을 예감했다. 2년 전 영화 '방자전'에서 독특한 사투리의 사또를 연기하며 깜짝 등장해 오늘날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로 자리잡은 송새벽처럼 이철희(33)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세종의 세자 시절, 충녕군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 영화에서 이철희가 맡은 역할도 사또. 전라도 남원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했던 송새벽과는 달리 이철희는 부산 사투리를 독특하게 비튼 말투로 관객들을 포복절도케했다.
어쩌면 훗날 이 배우에게 '제2의 송새벽'이라는 별칭은 한계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철희는 이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으며 "저를 알아봐주신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다"라는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누군가가 저에게 하나의 타이틀을 부여해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어떤 블로거가 저에 관해 '송새벽이 이미 했던 캐릭터를 흉내낸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을 보고는 마음이 좀 그랬었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어떤 배우들에게도 시작하는 순간에는 '제2의 OOO'라는 말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고 개성있는 캐릭터로 만들었지만, 비교와 판단은 철저하게 관객의 몫이죠. 저는 이제 즐겁게 임할 뿐이에요. 오히려 송새벽 씨가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해요."
"유명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알아봐주시지는 않아요. 하지만 배우가 스크린 속 모습 외에 달라보이는 모습을 가진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 캐릭터로만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사또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연기자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이철희의 연기 인생을 들어보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배우이니 말이다. 그는 '똥파리' 양익준 감독과 같은 대학인 공주영상대학 연예연기과를 통해 연기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댄스가수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는 연기에 맛을 들였고 결국 대학을 그쪽으로 진학하게 됐다. 2000년도에는 극단 실험극장에 입단해 극단생활을 시작했다. 5년동안 그곳에서 몸 담았으며 꾸준히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활동을 해왔다. 가장 최근작만 돌이켜보면 2011년에는 '동주앙'에서 무슈디망슈 역을, '연변엄마'에서 신무열 역을, '환장지경'에서 이오방 역을, '지하생활자들'에서 뱀비늘동생과 소년, 애인 역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영화는 2010년 '무적자', '째째한 로맨스', '조선 명탐정 정약용'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대부분 단역에 가까운 역할이었기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동래현 사또 역이 그래서 그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올 연말 개봉하는 '더타워'의 주방보조 역으로도 출연하니 눈여겨 봐도 좋을 듯 하다.
[이철희. 사진=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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