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민호, '나쁜 남자'여야만 했던 이유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이민호가 연기 중인 고려 무사 최영이 역사 속 인물과 사뭇 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민호는 최근 SBS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에서 고려무사 최영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우달치 부대장인 그는 현대에서 온 여의사 유은수(김희선)를 자신만의 신념으로 대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민호가 맡은 최영은 무예가 뛰어나고 올곧은 성품이라는 점에선 실존 인물과 비슷하지만 취향이나 인생관에선 궤적을 달리한다.

극중 최영은 '황금돌' 장군 최영과는 달리 무뚝뚝하며,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염세주의자다. 또 시크함이 지나쳐 시니컬할 정도로 퉁명스럽고 잠은 많지만 꿈은 없는 인물이다. 공민왕에 대한 마음도 충성인지 반항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처럼 '세상에 미련 없는 남자'의 가슴 속에는 엄청난 과거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신의' 제작사 관계자는 "무사 최영의 마음 속에 담긴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의 첫걸음"이라며 "거듭되는 통과의례를 거쳐 진정한 '킹메이커'로서 왕을 만들고 백성을 구하는 최영 장군의 캐릭터 변신이 스토리의 큰 줄기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2회 방송에서 잠깐 언급됐지만 최영은 비밀 결사조직 적월대 출신이다. 왜구를 토벌하고 악질 토호들을 응징하던 의혈단이었지만 고려 왕실의 농간으로 인해 한순간에 대원들을 잃는 피의 복수를 당했다. 최영이 이때 겪었던 충격은 왕실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했고 그 후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호위부대장이 되었지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또한 원나라의 조종에 의해 수시로 바뀌는 왕은 최영이 보기엔 '그놈이 그놈'일 뿐이었다. 당시 역사적 상황이 그가 나쁜 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최영은 공민왕(류덕환)을 만나면서부터 새로운 주군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긴 했지만 끝내 왕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와 관련 이민호의 소속사 관계자는 "방송 전부터 작가 및 연출자와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눈빛이나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심지어는 걸음걸이까지 달라지는 모습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송지나 작가도 최영 캐릭터를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멋진 사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초반부에는 게으르고 염세적이던 최영 장군의 변화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의' 최영 역 이민호.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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