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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치른 에버튼과의 개막전서 0-1 패배를 당했다. 에버튼 원정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그것보단 맨유가 못했고 에버튼이 더 잘했다. 그것이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특히 에버튼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맨유의 약점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니키차 옐라비치와 마루앙 펠라이니를 통해 맨유의 높이를 집중 공략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에버튼전 결과와 상관없이 이날 가장 관심을 큰 대목은 맨유의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유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 엔진 역할을 한 박지성이 퀸즈파크 레인저스로 떠났고 일본의 에이스 카가와 신지를 영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라이벌 아스날에서 로빈 판 페르시마저 모셔오며 새 판을 짜는데 성공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 모습이 에버튼전서 조금은 드러났다.
이날 경기를 두고 대다수는 맨유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최전방에 웨인 루니를 중심으로 대니 웰백-카가와-나니가 2선에 포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퍼거슨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폴 스콜스와 톰 클레버리는 후방 깊숙이 내려왔고 카가와는 그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웰백은 좌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상당히 전진된 위치에서 움직였고 나니도 카가와 보단 좀 더 높은 곳에서 플레이를 펼쳤다.
즉, 맨유의 새로운 포메이션은 4-2-1-3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을 띄었다. 영국의 축구전술 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도 “에버튼전 맨유의 포메이션은 4-2-1-3이었다. 카가와가 10번 역할을 했고 앞에 3명의 포워드가 배치됐다”고 했다. 덧붙여 “카가와는 2009-10시즌 인터밀란의 웨슬리 스네이더와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감독이 웨슬리 스네이더를 통해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 4-2-1-3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퍼거슨은 에버튼전서 맨유 전술의 중심이 카가와임을 알렸다. 이는 후반 22분 웰벡을 대신해 판 페르시가 투입된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맨유의 4-2-1-3은 판 페르시와 함께 더 확실한 색깔을 띠었다. 카가와 앞의 세 공격수(루니-판 페르시-나니)는 포지션을 수시로 바꾸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졌다. 판 페르시가 중앙에 있으면 루니가 측면에 섰고, 다시 루니가 중앙으로 오면 판 페르시가 우측으로, 나니는 좌측으로 이동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4-2-3-1은 ‘3’에 위치한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위치 변화 또는 콤비 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주도한다. 반면 맨유의 4-2-1-3은 ‘1’의 카가와는 고정된 채 앞선 ‘3’의 루니-판 페르시-나니(또는 애슐리 영)이 레알 마드리드의 ‘3’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터밀란이 유럽을 제패할 당시 디에고 밀로토를 중심으로 사무엘 에투, 고란 판데프를 전방에 두고 스네이더를 연결고리로 활용한 4-2-1-3과도 유사한 공격형태다.
4-2-3-1과 4-2-1-3을 구분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시스템이 갖는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단순히 감독의 지시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선수 투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맨유가 올 여름 카가와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어도 에버튼전에선 그랬다.
맨유가 앞으로도 카가와 중심의 4-2-1-3을 계속해서 사용할지는 알 수 없다. 에버튼전에서 드러났듯이 이 포메이션을 뒷받침해줄 ‘2’에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맨유는 부족하다. 무브먼트가 좋은 클레버리는 ‘2’보다 오히려 카가와의 위치에 더 어울린다. 스콜스는 여전히 패스에 장점을 보이지만 수비적으로 안정적이진 못하다. 안데르손도 크게 다르진 않다. 대런 플레처의 복귀가 불투명한 가운데, 남은 이적 시장에서 맨유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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