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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20대 시절을 그려낸 자전적 작품으로, 헌병대에 배치된 6개월 방위 낙만(김준구)의 파란만장한 병영생활과 그보다 더 파란만장한 1987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영화는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 인물, 사건 등으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고, 권력자들에게 핍박받는 낙만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재미와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본 후엔 어딘지 모를 훈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호평 받은 것과 달리 개봉 전에는 신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탓에 우려를 샀다. 검증되지 않은 배우에, 다른 영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 등으로 걱정을 불러 일으켰다.
곽경택 감독은 "소위 말해 영화를 전투라고 표현하면 작전 계획을 세운다. 이번에는 스케일도 없고, 그렇다고 화려함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캐릭터 각각이 맛깔스럽게 보이지 않으면 볼 게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 인물들 중에 가장 이미지가 맞는 사람, 실제 모습이 가장 비슷한 사람 중 뽑았다"고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렇게 모인 배우들 중 첫 데뷔인 사람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모두 제 몫을 해내며 영화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독과 배우 못지않은 열정과 애정으로 '미운 오리 새끼'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곽경택 감독은 "스태프들도 굉장히 열심히 해줬다"며 "워낙 (제작비가) 없으니까 스스로 더 열심히 했다. 동호회 같은 데서 오토바이도 빌리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회식도 한 번 하게 하고 그런 식으로 촬영했다"고 가족 같았던 '미운 오리 새끼'팀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모두들 물심양면으로 영화 제작에 매달렸지만 '미운 오리 새끼' 촬영을 시작하기 까지 과정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어 "'미운 오리 새끼'를 다들 말렸다. '안 하면 안 되겠냐', '형편도 어려운데 이것까지 저질러 놓으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고 했다. 더군다나 작품을 시작하고 끝내는 사이 일이 굉장히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현실이 힘드니까 이 작품을 하며 거꾸로 피해 있었다. 편집하거나, 촬영하거나, 녹음실에서 보고 있거나 할 때는 현실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며 "나에겐 안전 쉼터였다"고 밝혔다.
곽경택 감독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운 오리 새끼'를 영화로 탄생시킨 것은 영화가 가진 사실의 힘 때문이다.
그는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말렸을 것이다. 그 때마다 계속 동료들을 설득했던 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분명히 힘이 있다. 그걸 믿어라'라고 했다. 여태까지 작업했던 것 중에 빵 터진 게 '친구' 밖에 없지 않냐. 이 영화가 친구처럼 터질 것이란 생각이 아니라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알아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곽경택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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