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지난 29일 경기를 앞둔 군산 월명구장 KIA 타이거즈 덕아웃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최근 통산 100승을 거둔 배영수(31·삼성 라이온즈)였다.
KIA와 삼성의 경기에서는 삼성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옛 스승을 찾아 KIA쪽 덕아웃으로 인사를 하러 오는 일이 다반사다. 배영수도 마찬가지 의도였다. 다만 시리즈 둘째 날에 왔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 3연전 첫 날이던 28일은 강풍으로 인해 일찌감치 경기가 취소되어 양 팀 선수단이 구장으로 출발조차 하지 않았다.
어쨌든 실질적인 시리즈 첫 날에 만난 스승과 제자는 반가운 재회를 했다.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배영수를 보는 선 감독의 표정은 흐뭇해 보였다. 배영수를 보자마자 선 감독은 "이번에 100승 한 것 축하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리고 "이제 100승 했으니까 롱런 하면서 한 200승 해야지"라고 덕담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영수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하며 다시 그라운드쪽으로 갔다.
배영수의 방문은 최근 불거진 한대화 전 한화 감독 사태와 갈 길이 바쁜 KIA의 팀 사정 등이 화제였던 이날 분위기를 잠시나마 전환시켰다. 선 감독도 모든 것을 잊은 듯 배영수가 떠나간 뒤 한동안 삼성 시절 지도했던 배영수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겼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 선수들이)운동할 때 보면 쟤(배영수), 오승환, 윤성환 같은 선수들은 남들이랑 달랐다. 강제로 시켜서 하는 훈련보다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 더 많았다"라며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선 감독에게 있어 배영수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김응룡 감독이 삼성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이자 선 감독이 처음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2004년(당시 선 감독은 수석코치)에 '좋은 투수'에서 '슈퍼에이스'로 발돋움하며 시즌 MVP를 거머쥔 것이 배영수였다. 배영수는 선 감독이 투수조련사로서 만들어낸 첫 성공작 같은 선수였다.
그리고 선 감독이 삼성의 사령탑을 맡은 첫 해와 이듬해 삼성이 거둔 한국시리즈 2연패에도 배영수가 있었다. 배영수는 에이스로 두 시즌 연속 삼성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6 한국시리즈 이후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술)을 받고 지금의 배영수가 있기까지 긴 기간 동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선 감독에게 배영수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선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수였기에 선 감독도 배영수의 100승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선 감독은 말을 이어가며 "이제 140km대 중반까지 잘 나오는데, 정말로 본인이 노력한 것 같다. 조브(토미존 수술의 최고 권위자인 프랭크 조브) 박사가 봤을 때 자기를 찾아온 선수 중에 배영수가 가장 안 좋았다고 하더라. (수술 후)제구와 변화구만으로 한계가 있으니까 스피드를 다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고 마무리했다. 배영수의 힘든 재활과정을 모두 지켜본 선 감독이기에 표현한 것 이상으로 기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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