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성근 감독의 2년 재계약으로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과 김광수 수석코치를 필두로 총 9명의 코칭스태프, 야수 17명과 투수 14명 등 31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프로야구 1군보단 선수들이 약간 더 많지만, 1, 2군을 합쳐 60명이 넘는 선수를 보유한 프로팀들에 비해 전체적인 선수단 규모는 단출하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다. 허민 구단주와 하송 단장을 위시한 프런트가 프로 2군 수준을 뛰어넘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자 프로 2군 수준도 되지 않는 선수들이 김 감독 특유의 지옥훈련을 견뎌내면서 프로 2군팀들과의 퓨처스리그 번외경기서 19승 6무 19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찍고 있다. 이쯤 되면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게다가 기량이 성장한 이희성, 김영관, 강하승, 안태영이 차례로 프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프로 선수 공급원이라는 독립구단 본연의 목적도 일찌감치 달성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원더스가 독립구단으로서의 순기능을 유지한 채 프로야구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국 야구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무언가 2% 부족하다.
▲ 프로구단과 독립구단,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4명의 원더스 선수를 영입한 팀들은 횡재했다. 그들이 당장 그 팀들에 즉시 전력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선수 영입이라는 건 현재와 함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라 볼 때 분명 이익을 봤다. 제아무리 원더스가 영업 이득을 위한 프로팀이 아니라고 해도 원더스는 노력과 투자를 통해 선수를 키워냈다. 그런데도 프로구단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선수를 취했다. 현 상황에선 프로팀들이 원더스 선수를 지목만 하면 원더스 선수는 ‘콜’이다.
김 감독의 지도력이야 이미 검증이 끝났으니 선수들이 오래 버틸수록 기량은 점점 2군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향후 프로구단들의 원더스 선수 영입 과열양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럴 경우 원더스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계속 선수들을 영입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조직력을 키울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이면서도 단체 스포츠라서 선수 개개인이 팀 플레이와 희생정신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구단들이 자신들이 원할 때 곶감 빼먹듯 원더스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원더스는 필연적으로 패배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럴 경우 원더스 자체의 자생력이 어느 순간에 정체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결국 먼 미래엔 프로구단들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좋은 2군 스파링파트너 상대가 정체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프로구단도 할 말은 있다. 원더스가 먼저 아무런 대가 없이 선수들을 보내주겠다고 했고, 전력을 보강하는 것 자체는 프로구단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위법도 아닌데 남들 눈치를 볼 것까지는 없다. 아무리 원더스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더라도 근본적으로 싱싱한 신인 유망주 수집보다 루트가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독립구단인 원더스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프로구단들의 제도적 합의와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구두합의는 아 다르고 어 달라서 논란만 키울 뿐이다. 이를테면 일정기간 내 원더스 선수 영입 숫자에 한도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복수구단이 똑같은 원더스 선수를 영입하고자 할 때도 제도적 장치가 없어 논란이 될 수 있다.
▲ 프로구단들, 통 크게 원더스를 도와주자
프로구단들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원더스는 이미 무상으로 한국야구 저변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명색이 프로구단들이 가만히 앉아서 독립구단으로부터 이득만 본다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독립야구단 원더스에 프로의 품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꼭 금전적인 대가를 치르라는 게 아니라, 프로구단과 독립구단이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프로팀들은 퓨처스리그 번외경기 명목으로 원더스의 스파링파트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원더스는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독립구단이 원더스 하나뿐인데다 매번 대학팀들과의 평가전 일정을 잡는 것도 만만치 않다. 대학팀들도 학사일정에 대학 대회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원더스는 경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치러야 한다. 그래야 개개인 기량과 팀의 전력이 좋아진다.
프로팀들이 나서야 한다.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3군을 운영하는 팀들이 몇몇 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들을 모두 모은다면 원더스와 평가전을 가질 정도의 구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에선 독립구단들이 프로 3군 연합팀들과 평가전을 갖는 게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밖에 전지훈련 때 2군 평가전 일정을 최대한 많이 잡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프로구단과 독립구단은 엄연히 운영 목적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야구 발전이라는 근본적인 가치 지향점은 같다. 프로구단들과 원더스는 이미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프로구단들과 원더스가 힘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 더구나 프로구단들이 원더스로부터 이득을 취했다면, 이젠 프로구단들이 원더스에 프로의 품격을 보여줄 때다.
[고양 원더스 선수단(위, 아래), 잠실구장(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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