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심리적인 문제죠.”
두산 마무리 스캇 프록터는 7일 잠실 넥센전서 1⅔이닝 무실점했으나 결정적인 보크로 전임 투수에게 물려받은 주자를 홈으로 보내주는 데 일조했다. 지난 2일 인천 SK전부터 3경기 연속 세이브에 실패했다. 8월 24일 부산 롯데전 이후 세이브를 쌓지 못했다. 30세이브를 가장 먼저 돌파했으나 10일 현재 롯데 김사율과 삼성 오승환의 상승세에 세이브 부문 3위로 밀려났다.
김진욱 감독도 프록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9일 대구 삼성전이 우천취소되기 전 프록터의 최근 3경기 연속 세이브 실패에 대해 “심리적인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구위는 좋은데 마무리로서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그래서 보크도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 따르면 프록터의 패스트볼은 여전히 국내 마무리 중에서도 최정상급이지만, 심리적인 불안으로 몇 차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구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 심리적인 불안이 보크 불렀다
김 감독은 “모든 투수가 그렇다.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볼, 볼하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특히 프록터의 경우 시즌 초반부터 잘 나갔지만, 외국인 투수로서 부담을 가졌을 수 있다. 아직 국내 외국인 마무리 성공 사례가 드문데다, 후반기 들어 두산 타선은 확실히 활발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는 걸 감안할 때 “내가 더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심리적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퀵모션이나 세트포지션 동작을 소홀하게 할 수 있다. 프록터의 넥센전 보크도 그런 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라고 했다. 비단 프록터가 아니라 마운드 위에 있는 모든 투수가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부담은 갖는데, 그게 지나칠 경우 자신의 장점을 발휘조차 하지 못하고 흔들릴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불펜 선동열’이 실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 심리적인 문제가 구위 난조 불렀다
김 감독은 “SK전서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도 프록터의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한화전서도 갑자기 최진행 타석부터 흔들리더니 결국 (김)태균이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SK전 블론세이브 이후 극적인 승리를 챙겼지만, 한화전서 블론세이브를 할 때는 구위 하락이 눈에 보였다고 했다. 심리적인 불안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이후 더욱 흔들리면서 구위 난조로 이어졌다는 해석. 그 결과 7일 잠실 넥센전 보크로 이어지며 최악의 결과를 냈다. 김 감독은 8일 대구 삼성전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서도 프록터를 기용하지 못했다.
결국 이런 양상을 보이는 투수는 마운드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강한 멘털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도 듣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들도 위기는 맞이하고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결국 위기를 넘기면서 좋은 투수로 인정받는 건 자신의 심리를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용병 신분, 자신의 투구로 팀의 승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마무리라면 더더욱 심리를 잘 다스려야 한다. 프록터는 9일 우천 취소된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책을 읽으며 마인드를 다잡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프록터의 패스트볼은 최상급이다”라고 단언했다. 각 구단 타자들도 프록터의 구위를 부담스러워 한다. 김 감독은 “모든 투수는 자신 있게 자신의 볼을 던지면 된다. 결과를 신경 쓰지 말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투수 출신 김 감독은 결국 프로 투수들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좋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프록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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