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대타가 희비를 갈랐다.
11일 대전구장. 전날 사직에서 14연패 악몽을 맛보고 홈으로 돌아온 한화는 한용덕 감독 대행 부임 후 분위기를 끌어올리다 다소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전날 대구에서 모처럼 13안타 9득점한 타선의 응집력이 돋보이며 기분 좋게 넥센에 승리하고 대전에 넘어왔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까지 감안할 때 11일~13일 대전에서 열리는 두 팀의 3연전은 삼성의 무난한 우세가 예상됐다. 16개 남은 정규시즌 2연패 매직넘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호기였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이날 두 팀의 승부처는 4회였다. 4회 만루 찬스에서 대타작전이 희비를 갈랐다. 삼성은 실패를 맛봤고, 한화는 성공했다. 삼성은 3회에 불의의 선제점을 내줬으나 그 정도를 뒤집을 힘은 있었다. 더구나 마운드엔 대니 바티스타. 선발로 돌아선 뒤 호투하고 있지만, 확실히 제구력의 기복이 있다. 흔들릴 때를 놓치지 않고 집중타를 퍼붓는다면 승산은 충분했다.
예상대로 되는 듯했다. 3회까지 잘 던지던 바티스타는 4회 갑자기 흔들렸다. 박석민이 연이어 볼 3개를 고르더니 볼넷으로 출루했고, 최형우도 초구 헛스윙한 뒤 연속 볼 4개로 출루했다. 이어 바티스타는 이지영에게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무사 만루 찬스.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형식이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은 움직였다. 조동찬을 빼고 한 방이 있는 강봉규를 투입했다. 결과는 3구째만에 헛스윙 삼진. 후속 김상수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허무하게 무사 만루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사실 삼성은 지난 8일 대구 두산전서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잡고도 박석민-최형우-진갑용이 차례로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고, 12회 두산에 4점을 내줘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류 감독도 3일전의 악몽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4회에 대타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한화는 대타 작전이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경기 전 “최근 장성호가 잘 맞지 않아서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앞으로는 타격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기 위해 2번 타순에 넣을 생각이다”라고 장성호 활용도에 대해서 소상히 밝혔다. 실제 장성호는 9월 7경기서 18타수 무안타라는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성호는 역시 스타였다. 4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넘기고 맞이한 4회말.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고동진과 김경언의 연속안타로 1,3루 찬스를 만들더니 김경언의 2루 도루와 한상훈의 고의4구로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이준수. 그러나 한 대행은 이때다 싶어 장성호를 넣었다. 4회 위기를 벗어난 뒤 곧바로 달아날 경우 삼성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장성호도 이런 한 대행의 마음을 알았나 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2구째를 밀어쳐서 좌중간 2루타를 뽑아냈다. 루상에 있는 주자 3명은 모두 홈을 밟았고, 장성호는 2루에서 포효했다. 2-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3타점 2루타. 완벽한 대타 성공이었다. 삼성의 대타 실패, 그리고 만루 찬스에서의 득점 실패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이후 한화는 오선진의 우전 적시타에 이어 6회 이대수의 솔로포, 8회 오재필의 3점홈런 등으로 승부를 갈랐다.
올 시즌 장성호는 타율 0.260 8홈런 45타점이라는 평범한 성적이지만, 이날 전까지 대타 타율은 0.333이었다. 한화도 팀 타율은 0.252로 7위에 불과하지만, 팀 대타타율은 0.230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그 데이터는 이날도 고스란히 맞아들어갔다. 반면 삼성은 팀 타율은 0.273으로 1위이지만, 이날 전까지 대타 타율은 0.171로 리그 최하위였다. 이날도 대타 작전은 실패했다. 더구나 3일 전 무사 만루 무득점 악몽을 또다시 이어가며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대타가 희비를 가른 11일 한화-삼성전이었다.
경기 후 장성호는 "대타로 나가서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쳐서 기쁘고 9월 들어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경기 전 예전 비디오를 보며 분석을 많이 했다. 대타 때 직구를 노린 게 안타로 이어졌다. 타석에 들어왔을 때 노린 구질이 맞게 들어와서 안타가 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내놓았다.
[장성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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