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지난 2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던진 이 한마디가 한국야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원래 이슈를 몰고 다니는 류현진이지만, 최근 그에게 쏠린 관심은 확실히 예전보다 더하다. 때마침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12일 대전 삼성전서 선발 등판한 그를 보기 위한 스카우트들도 줄잡아 5명이 넘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종목과 장르를 불문하고 세간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돼 무너졌던 스타는 많았다. 그들도 스포츠 선수 혹은 유명인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 멘탈 갑(甲) 류현진
류현진은 이날 6이닝 9탈삼진 무실점하는 위력투로 시즌 첫 3연승을 달성했다. 시즌 8승을 거둬 데뷔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두 자리 수 승수가 가시권에 접어들었고, 184탈삼진으로 6년만의 200탈삼진에도 성큼 다가섰다. 아울러 28이닝 연속 비자책과 2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크레이지모드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야수들과의 공수 엇박자로 잘 던지고도 승수 쌓기에 실패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더니 지레 무너지는 경기마저 몇 차례 보였던 고개숙인 류현진이 더 이상 아니다.
류현진은 시즌 중반까지 불운과 부진에 빠졌고, 한대화 전 감독마저 퇴진하며 팀 분위기마저 가라앉자 최근 오히려 힘을 내고 있다. 에이스답게 전면에 나서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런 와중에 “꼭 10승을 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라는 솔직한 발언을 했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투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엔 강인한 정신력이 깃들어있다. 소위 말하는 ‘멘탈 갑’이다.
치기 어린 마음에 때론 미울 수도 있는 야수들을 끝까지 믿고, 그러면서도 솔직한 메이저리그행, 10승 달성 발언을 하면서 받을 수도 있는 “혹시 말처럼 안 되면 어쩌지?” 라는 스트레스를 보란 듯이 이겨내고 있다. 최근 3경기서 본 류현진은 2010년 한창 좋을 때의 그 모습과 다름없다. 일단 그의 말 그대로 3연승을 달성하면서 데뷔 후 7년 연속 두자리 수 승수 획득 가능성은 현실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금 류현진은 ‘말하는대로’, ‘한다면 한다’ 모드다.
▲ ML, 강한 멘탈이 중요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면, 류현진의 이런 강인한 멘탈은 분명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다양한 인종의 집합체다.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의 특성도 조금씩 다르고 30개 팀의 문화도 조금씩 다르다.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야구만 빼고, 한국프로야구와 A부터 Z까지 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하루하루가 극심한 경쟁의 연속이다. 한국과는 인력시장의 차원이 다르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적응,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수하지 않고선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무대가 메이저리그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그 팀은 물론 미국, 대만, 일본 언론 등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일단 한국인 최초 한국프로야구를 거쳐간 메이저리거가 되니 그 자체로 이슈가 될 것이다.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꾸준히 다르빗슈 유(텍사스), 첸웨인(볼티모어)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류현진은 그런 점에서 유리하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강한 멘탈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실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선 류현진이 성격도 원만하고 서글서글해서 어느 팀으로 가든 팀 적응도 잘 할 것이라 기대한다. 영어가 관건이긴 하지만, 26세의 젊은 나이이니 언어습득능력도 3~40대들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게 되면, 그의 위력투가 인정을 받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분명 지금 그를 둘러싼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큰 그것을 받을 지도 모른다. 만약 좀 부진하기라도 한다면 예상 외의 혹평, 그리고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뜻하지 않은 오해에 시달릴 각오도 해야 한다. 박찬호도 거쳤던 통과의례 관문이었다. 최근 그가 보여주고 있는 강인한 멘탈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멘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류현진에게 기대가 되는 건, 지금까지 그를 둘러싼 상황 속에서 그가 말하는대로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망이었던 10승도 가까워지고 있고, 좋은 구위를 보여주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도 분명 좋은 점수를 땄을 것이다. 위력적인 투구를 통해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라고 본인이 내뱉은 말을 본인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면서 점점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설령,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그는 “도전에 의의를 둔다”라고 했다. 지난 3연승을 통해 류현진에게서 세간의 관심과 혹시 억울할 수도 있는 비판들도 이겨낼 수 있는, 혹은 성공을 거뒀을 때 따라오는 엄청난 관심에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멘탈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말하는대로’, 그 강인한 멘탈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류현진의 또다른 무기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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