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부끄러운 짓 하지 않았다. 떳떳하다.”
13일 잠실구장. LG전을 앞둔 SK 이만수 감독이 “이만수 스타일”을 강조했다. 전날 9회말 0-3으로 뒤진 LG가 2아웃 2루 상황에서 대타로 투수 신동훈을 투입한 걸 두고 그 직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타자 이진영에게 우완 이재영의 투입으로 ‘LG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장난치는 것 같았다’라는 김기태 감독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야구도 있고, 내 야구도 있다. 야구관이 달라서 생긴 일인 것 같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 떳떳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이 짚은 건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타자 이진영을 상대로 공 11개만을 던진 박희수를 계속 던지게 하거나, 아니면 정우람을 올리는 게 통상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희수-정우람에 비해 비중이 낮은 이재영, 그리고 둘은 좌완인데 굳이 우완 이재영을 좌타자 이진영에게 넣을 필요가 있었냐는 게 김 감독이 기분이 상한 이유다.
이에 이 감독은 “기만? 나는 LG를 기만한 적이 없다. 희수는 전반기에 많이 던졌다. 그리고 부상 전력도 있다. 더 이상 많이 던지게 하면 안 된다. SK의 내부 사정이 있는 것이다. 내일도 또 경기가 있고 우린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이재영의 투입을 놓고서도 “정우람도 마찬가지로 오래 던지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간에 좌타자에게 강한 이재영을 넣은 것, 그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기분 나빴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 LG를 죽였다, 기만했다고 하는데 3점차인데 뭐가 죽이고 기만하는 것인가. 어제 광주 경기를 보면 야구는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도 승부가 뒤집힌다”라면서 “우린 우리의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더 이상 이 사태의 파장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후배지만 어려운 상황의 LG를 참 잘 이끄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김 감독에게 배울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선배지만 나도 감독 초짜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상대팀을 기만하고 자존심을 무시하는가. 그런적도 없고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고 김 감독이 예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 곪아 터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에도 “그렇게 따지면 끝없다. 어제 일은 어제 일로 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이겼어도 우리가 LG에 6승 9패 1무다. 우린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이 뭐라 생각하든 그건 이 감독 입장에선 반응할 것도 없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김 감독이 인사를 하러 오면 받고, 나도 기분 좋게 인사할 것이다. 나는 김 감독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괜히 이상한 관계로 몰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결국 이만수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투수교체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이 감독의 투수 기용에 기분이 상했고, 이 감독은 그럴 의도가 없었으며,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이 감독은 더 이상 이 사태가 확산되는 걸 원치 않지만, 쉽게 사태가 진정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무려 30명 이상의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 포스트시즌을 방불케했다.
[이만수 감독.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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