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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삼성 류중일 감독이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류 감독은 16일 대구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뒤 사우나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사우나에서 팬을 만났는데, '왜 WBC 감독 안 한다고 했어요?'라고 물으시더라. 깜짝 놀라서 '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요'라며 오해를 풀어줬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류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규정에 따라 WBC 감독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에 이어 지난 주중 대전에서 WBC 감독에 현역 8개구단 감독이 선임되는 건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다. 대회가 열리는 2~3월은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다. 감독으로선 이 시기에 선수단을 지휘하지 못할 경우 시즌 준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류 감독은 이를 두고 “현역 감독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일반적인 논리를 폈다. 사실 대다수 감독도 류 감독과 생각이 같다. 국가대표 감독도 영광스럽지만, 일단 소속팀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 자리 보전이 쉽지 않다.
류 감독은 “언론에는 자꾸 내 얘기가 나오니까 꼭 내가 원래 WBC 감독을 맡기로 돼 있었는데 이제 와서 안 한다고 발뺌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더라.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내가 매국노라는 말도 있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KBO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WBC 감독을 맡긴다는 원칙을 밝히지 않았나. 만약 삼성이 우승하면 내가 하는 것이고, 롯데가 우승하면 양승호 감독님, SK가 우승하면 이만수 감독님이 하는 것이다. 아직 누가 WBC 감독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감독은 “내가 WBC 감독을 안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현역 감독이라면 누구나 2~3월의 대표팀 감독직 수행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것 뿐인데, 마치 류 감독 본인이 미리 하기로 돼 있음에도 막상 우승 유력 후보 감독이 되자 국가대표 감독직을 회피하는 모양새가 된 것에 속상해 했다.
어쨌든 KBO는 최근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내년 WBC 감독을 맡는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상태다. 현 시점에선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에도 이 원칙이 갑작스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2009년 2회 WBC 감독으로 김인식 현 KBO 기술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현직 감독이냐 전임 감독이냐에 대한 극심한 진통이 있었다. KBO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대표팀 감독을 맡기로 하는 원칙을 정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어붙이자는 분위기다.
류 감독도 이를 수긍했다. “더 이상 WBC 감독과 관련해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자꾸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정규시즌 우승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류 감독은 더 이상 WBC 감독 선임 논란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로써 WBC 감독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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