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그라운드에서 모든 KIA 선수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선동열 감독이 퇴장을 당한 가운데 3-2로 승리했다. 이는 선동열 감독의 야구 인생 첫 퇴장이었다.
발단은 파울 판정이었다. KIA는 8회초까지 3-2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8회말 들어 홍성민이 조동화에게 내야안타, 최정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다음타자는 이호준.
홍성민의 공을 이호준이 때린 가운데 타구는 3루수쪽으로 흘렀다. KIA 수비진은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을 연결했다. 하지만 결과는 병살타가 아닌 파울. 주심이 이호준의 발에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갔다며 파울을 선언한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곧바로 항의했고 심판간 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자 선동열 감독은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취했다. KIA 선수단이 철수한 가운데 경기는 14분간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KIA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떠난 것은 아니었다. 3루 베이스 위에 김선빈이 걸터 앉아 그라운드를 지켰다. 김선빈에 이어 윤완주, 이준호도 3루 베이스로 나왔다.
사실 그라운드에 한 명이 남아있더라도 몰수패를 선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경기 규칙에 몰수경기 부분 4.17을 살펴보면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또는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팀이 승리하게 된다'고 돼있을 뿐 1명이라도 있을 경우 몰수패를 선언할 수 없다는 부분은 없다.
심판들 역시 "예전에 그런 규정이 있었다고 들은 적은 있지만 현재는 1명이 남이 있다고 해도 몰수패를 선언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선수 한 명을 그라운드에 남겨놓는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에 심판들이 쉽사리 몰수패를 선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역사상 몰수패는 몇 차례 있었을까. 첫 번째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일어났다. 1982년 8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MBC의 경기. 삼성의 4회말 공격 도중 더블플레이를 저지하려던 1루 주자 배대웅이 MBC 2루수 김인식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화가난 김인식이 배대웅의 얼굴을 때리며 싸움이 일어났다.
김동앙 주심은 분위기를 추스린 뒤 김인식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자 MBC 선수단은 이에 불복하며 경기에 응하지 않았고 25분 뒤 몰수패가 선언됐다. 4회말까지 삼성이 5-2로 앞선 가운데 펼쳐지던 경기는 규정에 따라 삼성의 9-0 승리로 처리됐다.
두 번째 몰수패는 1985년 일어났다. 1985년 7월 16일 MBC와 OB의 경기. 양 팀이 5-5로 맞선 6회말 1사 1, 3루에서 MBC 1루 주자 박흥식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협살에 걸린 도중 3루 주자 유고웅이 홈에 들어오며 MBC가 6-5로 앞서게 됐다.
그러자 당시 OB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박흥식이 쓰리피트 라인을 벗어났으므로 아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 감독은 선수 전원을 그라운드에서 철수했다. 심판진은 경기 속행을 지시했지만 OB가 이에 불응했고 김 감독은 퇴장 당했다. 이후 주심은 OB에게 감독대행을 지정하고 경기 속행을 요구했지만 OB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몰수게임이 선언됐다.
이후 27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의 몰수게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KIA 역시 심판 판정에 강력히 항의하며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몰수패는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프로야구 초창기 기록 중 다시 나왔으면 하는 기록들도 많지만 몰수 경기만은 프로야구 역사상 다시 나오면 안 되는 기록일 것이다.
[선수단을 철수시키며 야구 인생 첫 퇴장을 당한 KIA 선동열 감독.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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