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년간의 노력이 100만이란 숫자로 나타났다.
SK 와이번스가 홈으로 쓰는 인천 문학구장은 2006년까지 부끄러운 기록을 하나 갖고 있었다. 2002년 개장 이후 올스타전, 포스트시즌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만원 관중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주말 경기에 때로는 2만명대 관중이 들기도 했지만 만원 관중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후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제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원 관중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구 전반적 인기 상승도 있었지만 문학구장의 관중 증가율은 그것을 넘어섰다. 물론 KIA, 롯데 등 인기팀과의 경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인기팀과 만나더라도 외야 3루측 관중석까지 SK 팬으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을 키웠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있기까지 SK의 많은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 성적+마케팅=비약적 관중 성장률 속 100만 달성
2007시즌을 앞두고 SK는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며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던 이벤트 유니폼을 정기적으로 입었으며 '와이번스 걸'을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또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만수 현 감독은 '만원관중이 되면 팬티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히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2007년 5월 26일 현실이 됐다.
이후에도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문학구장은 매해 관중 편의를 강화하며 새 옷을 입었다. 그린존, 바비큐 존, 띠 전광판 등 겉모습 뿐만 아니라 수유실, 파우더룸, 의무실 등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의 한 수는 2007년 김성근 감독 영입이었다. 제 아무리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은 모두 물거품 된다.
SK 선수단은 김성근 감독 지도 아래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그동안 해태도, 현대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었다. 뛰어난 성적과 마케팅의 조화는 폭발적인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2007년 65만명에 이어 2008년 75만명, 2009년 84만명, 2010년 98만명을 불러들였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김성근 감독 퇴진 과정에서 커다란 논란이 생겼고 문학구장 역시 바람잘 날 없었다. 이로 인해 창단 첫 100만 관중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SK는 지난 시즌 99만 8660명을 동원해 2천명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위기라면 100만 관중 달성 시도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SK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2000년 처음 인천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진행했다. 'TOUCH 와이번스'를 주제로 학교, 병원 등 인천 곳곳을 선수들이 직접 찾아갔다. 경기장에서도 위닝로드 타임 등 팬과의 접촉은 이어졌다. 그 결과 SK는 15일 문학 KIA전에서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평범한 시각에서 100만 관중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롯데, 두산, LG 등에 이어 올해 4번째이며 한 시즌 단일구단 100만 관중은 이미 여러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을 딛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SK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부터 SK에서 뛴 이호준은 "창단 초기 관중석이 썰렁해서 마치 2군 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벌써 100만 관중이라니 선수로서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만수 감독 역시 "만원 관중이 들어오면 팬티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라고 말하며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2006년 SK는 33만 1143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이는 2002년 문학구장 개장 이후 가장 적은 숫자였다. SK는 위기를 기회로 이용했다. 그리고 6년만에 3배가 늘어난 관중을 동원하며 성적과 관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15일 KIA전 이후 100만 관중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고 있는 SK 선수단(첫 번째 사진), 16일 경기에 100만 관중 특별 유니폼을 입은 모습(두 번째 사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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