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확실히 몸으로 느껴져요.”
17일 대구구장. 삼성과 SK의 경기가 일찌감치 취소됐다. 태풍 산바가 오후 3시 대구를 강타하면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야수조는 실내연습장이 있는 경산볼파크로 향했지만, 투수조는 그라운드에 나와 간단한 스트레칭과 캐치볼을 마친 뒤 퇴근했다.
이후 젊은 사내가 그라운드에 홀로 남았다. 그러더니 불펜 포수,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투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사내는 말 없이 연이어 볼을 던졌다. 우비를 입은 오치아이 코치도 통역을 통해 세심하게 조언을 해줬다. 투구 폼에 관한 것이었다.
그 사내는 바로 정인욱. 올 시즌 누구보다 류중일 감독의 기대가 컸던 그였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류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막강한 삼성 마운드에 그가 자리잡을 공간은 없었다. 종종 1군에 콜업돼 기회를 받았지만, 결국 이내 2군에 강등됐고, 9월 확대엔트리가 시작됐을 때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현재 정인욱은 롱릴리프를 맡고 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혹은 연장전서 필승조 투수들을 모두 소모했을 때, 승부가 일찍 갈렸을 때 나오는 이가 바로 정인욱이다. 온갖 보조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삼성은 현재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가 12인 상황. 자주 등판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때문에 1군에 올라와 있어도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그는 훈련을 자청한 듯 보였다. “투구밸런스를 잡는 연습을 했다. 오치아이 코치님이 공을 던진 뒤 상체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꾸 공을 던지기 전에 미리 몸이 열리는 걸 고쳐야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말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라고 했다.
정인욱이 중점을 둔 훈련은 바로 상체의 밸런스를 다잡는 훈련이었다. 즉,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던지는 순간까진 왼쪽 어깨가 열리지 않아야 힘을 모을 수 있다. 이어 공을 던지면서 상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해야 볼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류중일 감독도 “정인욱은 공의 묵직함이 가장 큰 장점인데 이게 안 됐다. 시즌 초반에는 140km도 안 나왔는데 지금 많이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정인욱은 삼성 마운드의 조커다. 류 감독은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서는 1+1 선발, 즉 선발급 구위를 지닌 선발투수를 2명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류 감독은 정인욱도 +1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류 감독은 그에 대해 “이제부터 지켜보겠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인욱도 류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투구 밸런스를 잡는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는 올 시즌 9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이다.
[정인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