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00만명 돌파하면 뭐해.”
얼마 전 한 야구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이지만, 그런 현실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구단들이 언제까지 모기업에 돈 받아서 굴러갈 것 같나. 20년, 30년 이후에도 모기업이 일개 야구단에 그렇게 지원을 해줄 것 같나”라고 혀를 끌끌 찼다. 지난 30년간 모기업에 구단 운영비를 손 벌리기만 한 국내 프로야구단이 흑자 구조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미래가 어둡다고 본 것이다.
▲ 적자 신세 프로야구단, 모기업 눈칫밥만 30년
프로야구단의 1년 예산은 약 200~30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돈을 벌어들이는 구단은 없다. 일부 구단이 흑자를 냈다고 광고를 하지만 실은 모기업들이 수익을 메워주는 구조에 불과하다. 프로야구가 태동한지 30년이 됐지만 실질적으로 모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야구단은 없다. 수익을 낼만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다.
현재 7개 구단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뒀다. 이들 모기업은 야구단에 신경을 쓸 여력도 없고 돈을 벌어올 것이라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일개 계열사다. 이러다 보니 성적이 중요하다. 그게 그룹 이미지에 직결된다. 각 구단 사장들은 야구장에선 목에 힘을 주고 다니지만, 막상 모기업 사장단 회의에 가면 변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매년 200~300억원의 지원을 받으려면 아무리 대기업에 그 정도 금액이 별것 아니라고 해도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 야구단, 스포츠 아는 사람이 경영해야 한다
여기서 감독들의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모기업에선 결국 돈을 못 벌어오니 성적이라도 잘 내라고 압박을 준다. 야구단을 그룹 내 일반 계열사와 비슷한 의미로 본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적시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명장이라도 실패를 밥 먹듯 하는 3할의 스포츠인 야구의 매커니즘을 모른다. 돈을 못 버는 계열사에 200~300억을 퍼부었는데 당장 성적이 안 나오면, 결국 야구단 총 책임자인 사장에게 일차적인 화살이 향한다.
야구단 사장들도 이리 치고 저리 치인다. 사장은 대부분 그룹 업무를 겸임하기 마련인데,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룹에서 자신을 압박한다. 때문에 일부 사장들은 답답한 마음에 어쩌다 현장에 나가면 단장과 감독을 채근하기 일쑤다. 이러면서 관계가 벌어지고, 갈등이 스며든다. 야구단 사장이라는 탈을 쓴 이들도, 결국 그룹 임원이다. 현장보단, 고위층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야구단은, 야구를 아는 사람이 경영해야 한다. 사장이 그룹 업무를 겸임하더라도 되도록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 프로야구의 생리를 아는 이가 맡아야 한다. 그래야 사장이 그룹 고위층과 단장, 감독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적이 부진해도 리빌딩의 중요성과 개념, 야구단 우승의 어려움을 알려줄 수가 있다. 하지만 현재 나이 많은 그룹 사장단 중에서 스포츠의 생리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이러니 사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힘없는 감독들은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떤다.
▲ 적자 구조 탈피해야 감독 힘 생긴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대부분 구단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 그룹이거나 스포츠 전문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스포츠 전문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고 해도 100%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야구단과 모기업이 한국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다. 무작정 모기업이 감독에게 칼을 휘두를 수 없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메이저리그에선 일단 성적이 부진하면 단장이 먼저 검증을 받은 뒤 감독 해임으로 이어진다. 팀이 부진하면 하루아침에 감독이 경질되는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 모기업 고위층이 더 이상 야구 감독에게 툭하면 경질의 칼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려면, 결국 야구단이 자생력을 키워서 그룹 내에서 힘이 세져야 한다. 적자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돈을 벌어야 야구단이 그룹에 할 말이 생기고 단장과 감독도 덩달아 힘이 생긴다. 현재로선 쉽지 않은 얘기지만 야구단 내부에서도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고, 야구의 생리를 아는 스포츠 전문가가 나서서 수익 모델 창출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모기업 눈치를 덜 보고 소신있게 팀을 이끌 수 있다.
[잠실구장과 목동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