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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케이블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tvN ‘응답하라 1997’이 지난 7월 24일 첫 방송 이후 숱한 화제를 뿌리며 18일 16회로 대망의 종영을 맞았다.
성시원(정은지)의 남편이 윤윤제(서인국)로 밝혀지며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깼고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리고 극중 남자 주인공 윤윤제를 맡은 서인국은 2030세대들의 추억 속 고등학생으로 맹활약하며 여자 주인공을 맡은 에이핑크 정은지와 더불어 단연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첫 도전이던 KBS 2TV 월화드라마 ‘사랑비’에서 맛깔난 사투리와 함께 극중 감초같은 가볍고 방정맞은 캐릭터로 호연을 펼치며 의외의 연기력을 드러냈던 서인국은 이번 ‘응답하라’까지 단 두 번째 작품만에 일취월장했다.
같은 사투리를 썼지만 ‘사랑비’속 캐릭터와 흡사했던 ‘응답하라’ 속 방성재(이시언)가 아닌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지만 첫사랑 성시원(정은지)에게만은 순애보적 사랑을 보인 로맨틱남 윤윤제를 선택하며 그야말로 인생 역전을 맞았다. 방성재가 될 뻔하던 서인국이 극중처럼 실제로도 윤윤제로 업그레이드 된 것.
윤윤제는 너무나 부담됐던 아이였다
서인국은 처음 캐스팅 단계 때 윤윤제가 아닌 방성재를 원했다. 이제 겨우 ‘사랑비’로 연기에 입문했거니와 자신의 그릇을 윤윤제로 맞추기엔 과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인국은 신원호 PD의 제의와 함께 자신의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욕심도 났고 잘할 자신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행여나 신인인 나 때문에 작품을 망칠까 염려됐고 시청자들이 화를 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윤제는 멋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오히려 방성재 캐릭터를 고려했다. 전작 KBS 2TV ‘사랑비’때 했던 캐릭터의 연장선으로 하려고 했다. 첫 리딩 때는 모든 역할을 다 연기했다. 그리고는 감독님이 대사톤이 생각보다 낮다며 중요한 대사들을 시키셨다. 이때 ‘만나지 마까’ 대사도 주셨다. 감독님은 ‘네가 자신있다고 얘기하면 너를 믿고 가겠다’고 했다.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니다. 무서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믿어주시는데 더 이상 뺄 이유는 없었다.”
실제 서인국의 선택과 감독의 믿음은 적중했다. 서인국은 윤윤제로 연기의 꽃을 피웠고 서인국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윤윤제가 탄생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몰입도와 싱크로율을 보였다. 서인국의 배우 인생의 서광이 열리는 시점이었다.
“캐릭터는 처음 의도한 대로 잘 간 것 같아서 뿌듯했다. 초반에는 지나치게 오버하거나 어두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점점 캐릭터를 잡아갔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윤제가 된 건 아니었다. 윤제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초짜 신인인데 내면 연기가 많아서 과연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시청자에게 발연기 소리는 듣지 않았으니 그래도 성공한 거 아닌가 싶다. 하하.”
내가 만약 윤윤제라면..
극중 윤제는 친형인 윤태웅(송종호)과 동시에 첫사랑이자 한 가족처럼 자란 시원을 사랑하게 된다. 한 형제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그간 숱한 드라마에서 등장한 진부한, 자칫 막장 코드로 흐를 수 있는 소재였지만 ‘응답하라’에서는 배우들의 호연 속에 진부가 아닌 신선함으로 ‘성시원의 남편은 누구?’라는 물음으로 마지막회까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자극적이기 보단 공감을 이끌어내며 풀어갔다.
“내가 윤제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은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윤제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 행동들이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되니까 몰입도 더 잘된 것 같다. 형이 시원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더 시원이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알겠더라. 극중 형은 윤제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이고 자신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이다. 그걸 잘 아는 입장에서 윤제가 형을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 고백 할 수는 없었을 거다. 진짜로 내가 그런 상황이 되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물론 죽은 언니를 사랑한 형이 동생을 사랑하고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불편한 설정일 수도 있는데 작가님의 의도이고 드라마니까 최대한 잘 표현해야 되겠단 생각이 더 강했고 잘 표현된 것 같아 기뻤다.”
검증 안 된 배우들이 일냈다
‘응답하라’를 이끄는 주역들은 서인국, 에이핑크 정은지, 인피니트 호야, 은지원 등 가수 출신 또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다. 그 중 정은지와 호야는 첫 연기 도전이었다. 겨우 작품 하나를 끝낸 서인국 또한 이같은 캐스팅 라인업에 걱정과 우려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주연배우들이 하나같이 검증이 안돼서 우리도, 감독님도, 스태프도 걱정하며 시작을 했다. 당연한 거였다. 나도 인지도가 있는 편이 아니었고 은지도 진짜 연기를 처음 하는 친구였는데 연기를 안 배우고 어쩜 이리 잘 할 수 있는지.. 성동일 선배도 ‘은지는 참 연기할 때 여배우인데도 예쁜 척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솔직하게 연기하고 못생기게 보이는 것을 따지지 않고 연기하니까 그게 제일 예뻐보이더라”며 기특해하셨다. 남자인 나를 짝사랑한 호야의 연기도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서상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이를 적정선에서 과하지 않고 섬세하게 잘 표현해줬다. 실제로 호야는 굉장히 남자다운 후배다.”
서인국은 누구보다 신원호 PD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같은 소재의 드라마, 이례적인 파격 캐스팅은 PD의 용단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감독님이 새로운 걸 하나 깨트린 것 같다. 드라마 속 모든 것, 캐스팅 포함해서 기존의 틀들을 깬 것 같다. ‘응답하라’에는 연기를 못한다고 비난받은 사람도 없었고..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새로운 얼굴들과 신선한 소재들이 집합되면서 모든 게 시너지가 된 것 같다. 신선하게 터트리셨다. 나도 편견을 깨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의도가 좋았다. 처음 윤제를 맡았을 때도 ‘서인국이 멋있는 멜로를 할 수 있을까’ 색안경을 끼고 봤을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소화하는 지 두고봐라’며 솔직히 이를 갈았다. 그리고 통했고 통쾌했다. 특히 ‘만나지 마까’ 신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을 때 진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응답하라’ 시즌2를 한다면..
“처음 시작할 때랑 지금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이 이제는 모두들 형이고 동생이 됐다. 성동일 선배에게 누구보다 감사하다. 옆에서 연기지도도 많이 해주시고 정말 존경하는 롤모델이다. 종방연 때 같이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너무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배웠고 많이 성장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제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서운하다. 다시 한 번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만약 시즌2가 기획되고 감독님이 저를 또 쓰신다면 흔쾌히, 아주 흔쾌히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아들 녀석들’
‘사랑비’로 가능성을 보인 서인국은 ‘응답하라’로 소위 뜬 배우가 됐다. 이제 연기에 더욱 재미를 느끼고 욕심이 커진 서인국은 쉬지 않고 세 번째 작품으로 또 한 번 달리고 있다. 지상파 MBC의 50부작 주말 드라마 ‘아들 녀석들’이 그것이다.
“‘사랑비’는 정말 우연찮은 기회로 하게 됐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촬영도 즐거웠고 연기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도 생겼다. ‘응답하라’는 끝내고 나니 너무나 성숙해져있었다. 쉬지 않고 ‘아들 녀석들’을 택한 이유는 선생님들과 연기할 기회였고 배우로 빨리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순정남에서 이번엔 유부남에 바람둥이 캐릭터를 맡았다. 그간 사투리 연기를 보여왔다면 이제 서울말을 써야 되는데 크게 걱정은 안 된다. ‘응답하라’에서도 막판에 서울말과 병행하며 연기를 했다. 단 이번 작품에선 가장 막내이고 50부작으로 길게 가는 드라마인 만큼 누가 되지 않게 더욱 더 열심히 해야되고 그럴 생각이다.”
‘아들 녀석들’ 촬영장에서 서인국은 ‘서대세’로 불린다. 막내 연기자로 다른 배우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이에 서인국의 어깨엔 윤윤제로 짊어졌던 무게만큼이나 또 한 번의 부담감이 지어졌다. 서인국은 “‘응답하라’에서는 전부 야외 로케이션 촬영이었는데 ‘아들 녀석들’은 첫 촬영부터 세트에서 찍었고 신이 많은 데도 정말 빠르게 돌아가 신기했다. 초반엔 대사가 입에 안 붙어서 NG도 많이 냈다. NG를 잘 안 내고 OK 소리를 빨리 듣는 것에 내심 자부하고 있었는데 속상했다. 빨리 적응해서 더 잘하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알고보면 귀엽고 미워할 수 없는 역이다. 촬영장에서도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예쁨받도록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달라”고 각오를 전했다.
케이블채널 엠넷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 초대 우승자이기도 한 서인국은 끝으로 연기와 가수 활동 병행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금은 연기에 올인하고 있지만 가수를 그만 둘 것은 아니고 두 개 다 할 것이다. 음악은 내게 뗄 수 없다. 앨범은 완성도도 중요하고 스케줄을 보면서 고려중이다. 올해 안에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고 유동적이다.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서 늘 이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첫 오디션 출신으로 어려웠던 점들도 있었지만 내 뒤를 밟는 이들이 나와 똑같은 과정을 겪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활동 영역들이 점차 커지는 것 같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연예계 데뷔 4년간 일하는 것이 정말 좋아서 연애도 한 번 한 적 없었다. 제일 잘 돼야겠단 생각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응답하라 1997'를 통해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은 서인국.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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