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이정진에게 '피에타'는 예상하지 못한 일종의 반전이었다.
그러니 '피에타'는 그의 연기인생을 양분해 완전히 다른 색깔로 쪼갤 것만 같다. 이후 그의 행보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의 영광을 안은 '피에타'의 주연배우 이정진을 19일 다시 한 번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장 먼저 '변화'를 물었다. 수상 이후 그에게 생긴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 보여줄 새로운 이정진에 대한 대중의 기대심은 그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까.
- 베니스에 다녀온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쁘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인사도 많아졌다. 어딜 가던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제 평생 이렇게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한류니 케이팝이니 문화쪽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계시지 않나. 그런 분들까지도 축하한다고 말씀하신다.
- 내부적으로 개인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갑자기 높아진 세간의 관심이 부담이 되지는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작품도) 많이 할 것이다.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뭐였나?
'수고했어요'라는 말. 사실 배우가 듣기 힘든 말이지 않나. '영화 잘 봤습니다'라는 말은 많이들 해주시는데 '수고했어요'라는 말은 처음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뭔가 하셨던 태극전사분들이나 듣는 말이었다. 그게 가장 기분이 좋았다.
-반면 연기력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됐었다.
당연히 있으리라 본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또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앞으로의 이정진도 있다. 이정진이라는 배우가 '피에타'를 끝으로 은퇴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더 해야할 것들이 많으니까. 운동선수라면 은퇴가 있지만, 배우는 자의에 의해 그럴 일이 거의 없다. 다만 관객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지 않나. 아직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비판이 있어야 당연히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 '피에타'에는 잔인한 장면도 꽤 나왔다. 극중 엄마로 나온 조민수의 뺨을 여러차례 때리는 신도 나오고. 김기덕 감독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나.
그 장면은 한 테이크에 세 번 때리는 신이었는데 두 세 테이크 가서 여러번 때린 것 같다. 체구 차이가 워낙 크니까 살살 때린다고 때렸는데 화면에 보이기는 아니더라. 많이 아프셨을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이해하려고 들면 촬영 끝난다. 그냥 해야지. 이제는 다 밝혀졌지만 실제 촬영이 총 12차에 불과했다. 한 달이 채 안됐는데 거기서 '이 사람이 이렇구나' 이러다 보면 촬영이 끝난다. 이해가 아니라 조민수, 김기덕 서로 믿고 할 수 밖에 없었다.
- 김기덕 감독과 작품을 같이 한 소감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특히 엔딩신 같은 경우 정말 대단하지 않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촬영하다보면 여러 여건이 안좋을 때가 있는데 주변 소음이나 날씨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그런데 개의치 않는다. 날짜를 미루거나 로케이션을 바꾸는데 유연하게 또 촬영을 하신다.
빠져나왔다고 그래야지. 그 역할로 살고 있으면 큰일나죠(웃음). 영화를 보고나서 한 외신기자도 그러더라. '원래 성격이 저렇지 않죠?'라고. 민수 누나랑 한참을 웃었다.
-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의 변화 폭이 크다. 외연확장을 위한 시도라고 보면 될까?
글쎄. 계획해서 하지는 않고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남격'을 처음 할 때만 해도 배우들이 고정 예능 출연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했다. 그리고 '남격'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이후에는 갑자기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영화에서 아동 성범죄자를 연기했고. 이후에는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핫한 여배우와 로맨틱 코미디를 하더니 다시 '피에타'에선 사채업자로 나왔다. 변화가 다이나믹하긴 하지만 의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 역시도 선택을 받는 입장이니까, 당시 들어오는 작품들 중 내가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김기덕 감독은 왜 이정진을 택했을까?
과감히 '왜 저에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제안을 받을 당시만 해도 제가 준비가 안돼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은 '그냥 하면 돼요' 했다. 제 최근 출연작 '원더풀 라디오'도 보셨다더라. 영화 어땠어요 여쭤보니 대답은 안하시더라(웃음).
인터뷰②에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이정진. 사진=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