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타격을 심장으로 한다? 말이 되는 명제다.
타격은 3할의 스포츠다. 안타 확률이 30%가 되면 성공이다. 경기는 그 30% 속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 해도 요즘 같이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는 타격이 원활하게 풀리는 팀이 승리할 수 있다. 19일 부산 SK전서 완패한 롯데는 4연패를 당하며 결국 2위 자리를 SK에 빼앗겼다. 역시 6안타 무득점으로 타격이 시원스럽지 않았던 게 컸다.
▲ 자신감이 타격감 회복의 8할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져있다”고 했다. 예년의 호쾌했던 스윙이 아니라고 했다. 롯데 특유의 공격적인 타격이 나오지 않는 건 스윙을 자꾸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타격 코치가 이것저것 주문을 해도 결국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찬스를 즐길줄 알아야 한다. 마음 편하게 하면 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확실히 롯데 타선이 예년과 다르다. 이대호가 빠져서 펀치력이 떨어진 게 달라진 점이 아니다. 막상 각종 타격 수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찬스에서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정태 타격 코치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 보인다.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멘탈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타격은 자신감이 중요하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있게 스윙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결과도 좋아진다”고 했다. 또한 “대타를 기용하더라도 심장이 강한 선수를 기용한다. 실전에서 떨다가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선수가 많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타격에 기술 이상으로 자신감, 특히 강한 심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요즘 침체된 롯데 타선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과제다.
▲ 삼진도 다 똑같은 삼진이 아니다
양 감독은 “삼진도 똑 같은 삼진이 아니다”라고 했다. 삼진에는 헛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이 있는데 “자기 스윙을 해보지도 않고 당하는 삼진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의 스윙을 하고 물러서면 후회가 덜하다. 하지만 투수의 변화구에 솎아 어정쩡하게 스윙을 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타격감도 무너진다는 해석이다. 이 감독도 마찬가지 논리로 “잘 안 맞는다고 어설프게 갖다 맞히면 안 된다. 그렇게 타격을 하면 안타를 칠 확률이 풀스윙을 해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확률보다 떨어진다. 삼진을 의식해선 안 된다”고 했다.
흔히 타격은 생각이 많아지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타석에선 공보고 공치기를 해야 한다”는 양 감독은 타석에선 단순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생각이 많아지면 빠른 공에 타격 반응 속도가 느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내기 마련. 예상치 못한 변화구에도 어정쩡한 스윙을 하다 슬럼프에 빠진다. 양 감독은 “시원하게 풀스윙을 해서 삼진을 당하면 다음 타석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자신과의 싸움, 스트레스를 이겨내라
롯데 박정태 타격코치는 최근 부진한 타자들을 어르고 달래고 있다. 이런저런 설명보단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타자들에게 타격코치랍시고 이것저것 말이 많다 보면 결국 선수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박 코치의 설명이다. 또한 박 코치는 “상황에 따라 스윙 궤도가 어떤 투수와 안 맞는 타자도 있다. 그건 아무리 노력해도 약한 거다”라고 했다. 때로는 약하다는 걸 인정해야 편해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타격은 3할의 예술이니 타자가 모든 투수에게 강할 수 없다.
사실 타자가 타격 슬럼프에 빠질 경우 시즌 중엔 기술적인 폼 변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 몸에 익히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누구나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조금씩 타격폼이 달라지기 때문에 좋은 타격폼을 재정립하는 건 어렵다. 시즌 이후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가 아니라면 결국 시즌 중엔 몸보다 마인드가 건강해야 한다.
박 코치는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걸 알지만,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긴장감과 자신감이 동반돼야 한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강인한 정신력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게 양 감독, 이 감독, 박 코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박 코치는 “어차피 우리 선수들이 객관적인 타격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어떤 투수의 볼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호쾌한 타격은 몸과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말이 맞다. 몸은 훈련한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생각은 단순하게, 그리고 긍정적이고 자신있는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좋은 심장, 좋은 멘탈이 없다면, 절대 슬럼프도 벗어날 수도 없고 강타자가 될 수도 없다. 단순히 롯데 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요즘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타자들이 유념할 부분이다.
[타자들의 타격연습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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