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프로야구 8개구단 선수 가운데 전과 비교해 올해 가장 많은 것을 이룬 선수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를 이름은 박병호(26·넥센 히어로즈)일 것이다.
불과 1년 2개월 전만 해도 박병호의 지금 모습을 상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박병호는 LG가 투수를 얻기 위해 내놓은 트레이드 카드이자 열매를 맺지 못한 수많은 거포 유망주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박병호는 홈런왕을 사실상 예약해둔 타자가 됐다.
지난해 트레이드와 함께 4번 자리를 보장받으며 좋은 페이스로 시즌을 마감한 박병호는 첫 풀타임 시즌을 맞게 됐다. 일반적으로 풀타임 첫 시즌인 선수들은 수차례 고비를 맞게 되지만, 박병호는 모든 고비를 잘 이겨내고 전경기에 출장하며 30홈런과 100타점을 가장 먼저 돌파했다.
팀의 가을잔치 진출이 어려워졌음에도 박병호는 MVP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팀 성적이 4위 혹은 그 위에 있었다면 MVP는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박병호는 그저 "남은 경기에서 팬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지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선수들이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꿈꿀 수 있는 세 가지 영광이 있다. 골든글러브와 MVP, 그리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다. 박병호는 셋 모두와 아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셋 모두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하나도 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박병호는 조심스러웠다. WBC 대표팀에 관한 물음을 던지자 박병호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꼭 뛰고 싶다는 마음만은 강조했다. "하고 싶다. (같은 포지션에)워낙 대단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TV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이 박병호의 말이었다.
현재로서는 무조건적 낙관은 금물이다. 지명타자 자리까지 생각해 두 명을 뽑는다 해도 다년간의 리그 성적과 국제대회 경력이 풍부한 김태균(한화), 이대호(오릭스)가 있다. 1루수 한 명을 더 뽑아 대타나 백업 요원으로 쓰자 해도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버티고 있다. 김태균, 이대호와 같은 우타자인 박병호보다 올해 성적은 뒤지지만 큰 경기 경험이라는 자산을 가진 이승엽은 이들 중 유일한 좌타자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결국 리그 타격왕과 일본 퍼시픽리그 타점왕, 초대 WBC 홈런왕, 리그 홈런왕 가운데 최소 한 명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작전과 선수 교체가 어느 경기보다 잦은 국가대항전에서 1루 외의 포지션 소화가 불가능한 선수를 네 명이나 데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박병호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준다. 이제 그의 이름과 함께 오르내리는 이름은 김태균, 이대호, 그리고 이승엽이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