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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수습기자] 지상파 주말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는 단연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다. 이런 인기와 더불어 대세 개그맨들도 생겨났다. 코너'생활의 발견'의 신보라, '네가지'의 김준현, '정여사'의 정태호 등. 그리고 이들의 뒤에서 디테일한 표정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개그맨 김기리도 있다.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거면 저도 인기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김기리를 만났다.
"신보라가 뜨고 난 후 화나는 일이 많았어요"
초반 '생활의 발견'에서 김기리는 그리 큰 역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분해 "뭐 드릴까요?" 이 한마디 던지고 음식을 가져오거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신보라, 송준근을 말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두 사람의 뒤에서 능청스런 표정을 짓거나 여자게스트가 나오면 노골적인 눈빛을 보이는 등 웃음을 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생활의 발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미친 존재감이 됐다.
"표정은 확실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극의 흐름을 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과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죠. 제가 웃기는 건 아니에요. 배역이나 상황이 웃기게 하는 거죠. 과분한 사랑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는 '생활의 발견'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불편한 진실'의 분량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연기자로 데뷔할 생각은 없는지 물으니 "연기자는 아무나 하나요"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곧 "그래도 혹시..."라고 덧붙였다.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싶어요. 멋진 역할 말고요. 개그도 같이 할 수 있는 시트콤이 좋아요. 지금 '생활의 발견' 속 아르바이트생 같은 역할이면 좋겠어요. 아직 제가 잘 못하잖아요."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생활의 발견'에서 신보라를 바쳐주는 역할이다. 사실 신보라와 김기리는 2010년 KBS 25기 공채개그맨으로 입사동기. 신인시절 모든 걸 함께하던 신보라가 갑자기 높은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김기리는 "옛날에는 화나는 게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보라는 저랑 제일 친한 동기예요. 항상 같이 다니고 아이디어도 같이 짰어요. 그런데 보라가 뜨고 난 후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사람들이 저한테 사진기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거에요. 보라가 저한테 정말 미안해했죠. 덩달아 저도 불편해지고요. 어떨 때는 기분이 살짝 안 좋기도 했어요. 지금은 다 극복했어요. 요즘은 제가 먼저 사진기를 달라고 해서 찍어주기도 해요."
이어 그는 신보라에 대한 칭찬을 덧붙였다. "보라가 정말 착해요. 걔는 마음에 악의가 없어요. 저한테는 질투가 원동력이거든요. 저한테 칭찬하면 잘 못하고, 못했다고 질책하면 더 열심히 해요. 그런데 보라는 그런 게 없어요. 우리 동기 중에 김영희 누나가 제일 먼저 잘됐어요. 보라는 영희누나를 보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나도 잘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애에요. 그런 애가 잘됐으니 저도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는 그는 부모님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못 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그가 개그맨을 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무서웠다.
"고등학교 전까지는 장래희망으로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파일럿'을 썼어요. 그러다 2학년때 장래희망을 롤링페이퍼로 알아봤어요. 제가 그때 1분단에서 5번째에 앉아있었는데 저한테 종이가 왔을 땐 차마 못쓰고 그냥 넘겼어요. 한 바퀴 종이가 돌고 다시 저한테 돌아왔을 때 누가 개그맨을 적었더라고요. 저도 거기에 힘입어 태어나서 처음 장래희망으로 개그맨을 적었어요. 그러고 나서 고3 때인가? 과외선생님이 우리 어머니 앞에서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 '개그맨이요'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박장대소를 하시면서 '선생님, 얘가 이렇게 농담을 잘해요'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때 느꼈죠. '아... 말하면 안 되겠구나'하고."
이후 대학교 개그동아리를 통해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개그맨치고 훈훈한 외모로 잘생긴 역할을 맡으니 기분이 좋겠다고 말하자 "사실 잘생긴 역할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제가 멋있지는 않잖아요. '개콘' 무대에서 화면발 받으니 멋있는 거죠. 다 연기에요. 멋있는 척하는 연기. 사실 제가 잘하는 역할은 할아버지역이에요. 예전에 재미없어서 녹화까지 이어지지 못했던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할아버지를 연기했어요. 말투나 표정, 몸짓이 할아버지로 완벽 빙의했었다니까요. 아! 그 코너가 재미만 있었더라면..."
"김지민 선배와 열애요? 솔직히 예쁘잖아요"
'불편한 진실'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오글거리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다. 최근 그 역할을 밑은 이가 김기리와 개그우먼 김지민인데 이 두 사람의 주고받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주변 사람들조차도 그들에게 '사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는 그는 "김지민 선배, 예쁘잖아요"라고 말하며 '선배'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제 눈빛이 정말 그렇게 애틋한가요? 정말 많이들 물어보세요. 심지어 제 친척들도 물어보시거든요. 그런데 그거 다 연기에요. 솔직히 김지민 선배가 개그우먼 중에서는 제일 예쁘죠. 선배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데 그게 끝이에요. 저보다 4기수가 높으신 하늘 같은 선배인데요. 선배가 정색하면 진짜 무서워요."
[개그맨 김기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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