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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여론은 마치 거센 파도처럼 요동치더니 '슈퍼7 콘서트'와 MBC '무한도전'을 집어삼켰다. 티저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절정에 올랐던 대중의 기대감은 티켓 가격이 공개되자 배신감으로 돌변했고, 공연이 취소되고 리쌍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 하차를 선언하자 충격으로 뒤바뀌었다. 이번 사태는 '슈퍼7 콘서트' 기획부터 리쌍 멤버들의 하차까지, 작은 어긋남이 큰 균열을 만든 안타까운 일이었다.
▲ 과연 비싼가?
'슈퍼7 콘서트' 티켓은 애당초 스탠딩인 VIP 석이 13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기준에 따라 비쌀 수도, 아니면 적당할 수도 있는 가격이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비교하며 '슈퍼7 콘서트'의 티켓 가격이 비싸거나 혹은 적당하다고 주장하는데, 단순하게 아티스트의 '네임벨류' 만으로 티켓 가격의 기준을 정하는 건 단순한 접근 방식이다.
특히 혹자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경우에나 10만원대가 넘는 것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지극히 문화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개런티가 국내 아티스트들보다 높을 수 있겠으나, 그 보다 공연의 '질'을 따지며 가격을 논하는 게 적절하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라고 무조건 최고의 공연 시스템을 구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자국에서 공연할 때에 못 미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아티스트들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장비와 효과를 마련하느냐 등에 따라 공연의 '질'이 해외 아티스트들보다 나을 수 있다. 단순히 '네임벨류'에 따른 개런티 비용만으로 국내 아티스트가 해외 아티스트보다 티켓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우리 문화 수준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사고 방식이다.
또 '슈퍼7 콘서트'가 기존 공연에선 찾아 볼 수 없던 형식이기 때문에 일반 가수들의 공연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즉 '슈퍼7 콘서트'의 티켓 가격이 적당한지 여부는 공연의 '질'에 달렸던 문제였으며, 공연이 진행된 후 티켓 가격에 비해 수준 이하였을 경우에나 비난 여론이 제기됐어야 정당했다.
리쌍컴퍼니의 판단 착오도 문제였다. 티켓 가격 논란이 일자 VIP석을 없애고 티켓 가격을 최대 9만9000원으로 조정했는데, 단 하루 만에 같은 자리의 티켓 가격이 너무나 쉽게 내려가다 보니 "원래 더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건가?"란 의문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 것이다. 팬들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비난 여론을 악화시킨 꼴이 됐다.
그리고 길이 뒤늦게 밝혔듯 '슈퍼7 콘서트'는 수익금을 사회 환원 프로젝트에 활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티켓 가격 논란이 불거졌을 때라도 이 같은 사실을 대중에게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동안 각종 선행을 남몰래 진행했던 전례에 비추었을 때, 이번에도 비밀리에, 나중에 밝히는 쪽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보이나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대중들은 당연히 '무한도전'이 예전과 다르게 돈을 받고 티켓을 판다고 하니 반발심이 생겼던 것인데, 선행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티켓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다. 평일이 아닌 토, 일요일에 오후 6시경 공연을 하기로 한 건 관객들의 참석과 귀가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적합한 시간대였다. 이를 '무한도전' 죽이기로 비약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아무리 '무한도전' 멤버들과 리쌍컴퍼니가 '슈퍼7 콘서트' 수익에 급급했기로서니 설마 일회성 이벤트의 수익 때문에 자신들의 주 무대인 '무한도전'에 해를 끼치려고 했을까?
▲ 길과 개리의 '무한도전', '런닝맨' 하차는?
리쌍 멤버들의 예능 프로그램 활동 중단 선언은 '슈퍼7 콘서트' 취소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무한도전', SBS '런닝맨' 팬들에게는 최악의 결과이지만 리쌍 멤버들에게는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슈퍼7 콘서트' 사태의 비난의 화살이 리쌍컴퍼니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도 계속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출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7 콘서트' 취소의 책임 소재에 대해 끊임없이 대중들이 물고 늘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결국 프로그램 하차란 강수를 둔 것인데, 예측하지 못한 결정이라 대중들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무한도전'과 '런닝맨'도 고정 출연자 한 명의 공백으로 꽤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콘서트까지 취소됐는데, 굳이 하차해야 하나?"란 식의 동정론과 더불어 하차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상황이 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 기대의 차이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슈퍼7 콘서트'를 향한 기대의 차이에서 온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리쌍컴퍼니는 방송과는 다른 수준 높은 공연을 팬들에게 선보일 것을 기대했다면, '무한도전' 팬들은 공연의 수준보다는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그래 왔듯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연이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기대의 차이를 서로가 인지하지 못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 리쌍컴퍼니, 팬들까지 모두가 상처 받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슈퍼7 콘서트'(위), MBC '무한도전'. 사진 = 리쌍컴퍼니,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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