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서 여기까지 왔죠.”
1위 삼성은 미스터리하다. 지금 상태라면 정규시즌 MVP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원삼이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넥센 브랜든 나이트와 공동 선두이고, 오승환도 지난해 47개에 못 미치는 33개의 세이브로 구원 2위다. 평균자책점 10걸 안에 3.40의 배영수만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규정타석 3할 타자는 3명이지만, 김태균에 크게 뒤져 1위는 어렵다. 홈런도 박석민이 23개로 3위이고, 타점도 박석민이 88개로 2위다.
그럼에도 삼성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4일 대구 롯데전서 승리하고 SK가 패배하면서 정규시즌 2연패 매직넘버 5가 됐다. 피 말리는 2위 다툼 속에서 빠르면 이번주 내에 축포를 쏠 수도 있다. 혹자들은 “삼성은 아주 강한 개인은 없지만, 개인이 모이면 가장 강한 팀이다”라고 했다.
▲ S급 1명보다 값진 A급 2~3명
1군 엔트리는 26명이다. 팀 승리에 드는 몫은 26분의 1이 아니다. 탁월한 기량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가 있고, 이를 뒷받침 하는 선수가 있다. 삼성도 1군 선수들 사이에서도 팀을 이끄는 간판이 있고,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 그런데 그 간극이 적다. 때로는 A선수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다음날엔 B 선수와 C 선수가 승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 삼성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류중일 감독은 24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차우찬, 최형우, 배영섭이 부진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적절히 조금씩 빈틈을 메워내면서 결국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라고 회상했다. 삼성은 4월과 5월에 5할도 하지 못했고 순위는 5~7위를 오갔다. 에이스, 1번타자와 4번타자가 부진하니 실제 체감하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때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냈다. 류 감독은 “승엽이와 석민이가 잘해줬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부진한 채태인의 역할을 100% 이상 해냈고,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은 최형우의 역할은 박석민이 해냈다. 신명철의 역할도 조동찬이 해냈다. 마운드에서도 확실한 에이스는 없었지만, 장원삼, 배영수,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이 고루 활약하며 불펜과 적절한 분업을 이뤘다.
만약 이승엽과 박석민의 활약을 1명이 해냈다면, 장원삼과 배영수의 활약도 1명이 해냈다면, 삼성도 소위 말하는 S급 성적을 내는 개인이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S급 1명이 아니라 A급 활약을 하는 선수가 2~3명이 됐다. 이러니 일부 선수가 좀 부진해도 다른 선수들이 그 간극을 메워내며 강한 팀을 형성할 수 있었다. 개인 성적이 돋보이지 않아도 팀이 도드라진 이유다. 삼성은 8개 구단 중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가장 적은 팀으로 꼽힌다.
▲ 개인성적 고만 고만, 그래도 삼성은 강하다
개인이 아닌 팀이 강해서 정규시즌 우승을 눈 앞에 둔 삼성도 아쉬운 건 있다. 류 감독은 “우리가 작년에는 8회 역전승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종반 역전승이 거의 없다. 타선이 7~8회에 역전을 하면 오승환이 9회에 막아줘서 세이브를 쌓는 경기가 많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47세이브로 2006년 자신이 기록한 단일시즌 세이브 아시아 신기록 타이를 이룬 오승환이 올 시즌엔 33세이브에 머물러 있는 걸 아쉬워했다.
류 감독은 “우리가 올핸 크게 이기는 경기, 크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 불펜이 잘 막아줬지만, 선발투수들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잘해줬다”라고 했다. 올 시즌 선발 10승 4명을 배출한 삼성은 선발승만 50승이다. 현재 72승의 8할을 선발 투수들의 힘으로 만들어냈고 지난해보다 좀 더 강해진 타선이 힘을 내니 경기 후반 박빙 승부가 줄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류 감독은 “박석민이 이승엽과 시너지효과를 냈다. 박한이도 꾸준하게 해줬다. 선수들이 시즌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런 게 모이고 모여 팀에 힘이 됐다”라며 올 시즌 나타난 삼성의 강점도 개개인이 하나로 뭉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년간 한국 야구 패러다임을 주도해온 삼성과 SK의 공통점은 개인이 아닌 팀이 강하다는 것이다. 채태인이 빠진 자리에 이승엽이, 신명철이 빠진 자리에 조동찬이, 시즌 초반 부진한 최형우 대신 박석민이 활약했다. 개인 기록을 확실하게 지배한 선수는 없지만 리그 평균 이상의 선수들이 모여 강한 삼성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 정규시즌 2연패를 눈 앞에 뒀다. 개개인이 강하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일부 팀들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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