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유해진은 한때 감초배우로 불렸다. 주로 연기력을 요하는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 지난 2004년 '달마야, 서울가자'에서 2대 8 가르마의 촌스러운 건달 용대, 2005년 '왕의남자'에서 이름만으로도 큰 웃음을 안기는 광대패의 우두머리 육갑, 2006년 '타짜'에서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떠다닐 것 같은 고광렬, 2007년 '이장과 군수'에서 순박하고 정감 넘치는 군수 노대규 등 캐릭터로 분해 등장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감돌게 했다.
심지어 2009년 '전우치'에서는 사람이 아닌 개가 됐다. 개에서 인간으로 변한 수다쟁이 암컷 개 초랭이 역할로 분해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촐랑거리는 천하장사 개 초랭이로 변한 유해진은 개의 특징을 코믹한 캐릭터 안에 녹여내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처럼 그가 맡으면 건달, 양아치도 웃음기 있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때문에 코믹하거나 건달(혹은 양아치)이거나, 이 두 가지가 배우 유해진을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올해 버라이어티한 변화를 겪었다. 더 이상 웃기거나 무서운 놈이 아닌 멋진 남자가 된 것.
사실 얼마 전까지 유해진에게 멋있다는 수식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보통 멋있다고 불리는 남자 배우들은 훤칠한 외모를 지닌 경우가 많기 때문. 유해진은 훤칠하다는 말보다는 개성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배우다. 까무잡잡한 피부, 찢어진 눈, 도드라진 광대뼈 등 잘생긴 외모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때문에 유해진이 올해 '미쓰GO'에서 대한민국 대표 미녀 배우 고현정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성의 남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적잖은 우려를 불러왔다. 소위 말하는 '남자주인공에 적합하지 않은 얼굴'의 유해진이 고현정을 한 방에 무너뜨릴 옴므파탈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는 걱정을 연기력으로 불식시켰다. 실제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대무용을 배운 의외의 과거를 지녔을 뿐 아니라 요리도 잘하며 박학다식하고 무엇보다 겸손하기까지한 인간 유해진이 고현정을 사로잡은 마성남이 돼 스크린에 등장한 것. 물론 그간 이미지 때문에 옴므파탈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 웃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마성남으로 변신한 그가 영화 전면에 내세운 고현정보다 돋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이후 유해진은 영화 '간첩'을 통해 변화의 정점을 찍었다. 극 중 북한 최고의 암살자이자 남파된 생활형 간첩들에게 지령을 전달하려 내려온 최부장으로 분하며 영화의 무게감을 도맡았다. 그는 일명 '수트 간지'를 뽐내며 눈하나 깜짝하지 않은채 총을 발사, 이상이 옳고 그름을 떠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으로 내·외면의 진중한 카리스마를 분출했다.
유해진은 외모 때문에 연기파배우, 개성파배우로 한정됐던 남자 조연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97년 이름도 없는 덤프1이라는 단역을 통해 조촐히 데뷔, 맡은 역할마다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조연에서 주연 그리고 충무로에서 없어선 안 될 배우의 자리까지 올랐다.
어느덧 옴므파탈, 비주얼 배우 등의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돼버린 유해진. 개성있는 외모를 뛰어넘어 충무로의 핵심배우가 된 그가 외모 때문에 배역에 한계를 느껴야 했던 배우들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배우 유해진. 사진 = 영화 '왕의 남자' '타짜' '이장과 군수' '전우치' '미쓰GO'(상단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간첩'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