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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이제 우리는 싸이에게 ‘국제가수’라는 호칭을 붙여도 무방할 듯 합니다.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 63위로 진입해 한 주만에 11위에 오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6일(이하 현지시각) 빌보드 2위에 올랐죠.
공식 차트는 27일 공개될 예정이며, 미국 팝록밴드 마룬5의 ‘원 모어 나잇’에 이어 2위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강남스타일’의 상승세는 ‘원 모어 나잇’보다 가팔라 다음 주 1위 등극 또한 기대하게 합니다.
국내 언론 또한 이런 싸이의 열풍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아이튠즈, 유튜브 기네스 등의 일들을 연일 보도하는데 이어 2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사상 초유의 취재진이 운집해 싸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국내 언론사들이 싸이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해서일까요? 눈에 띄는 독자의 메일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인 즉 “K팝 가수들이 인기 있는 것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던 건데 왜 싸이가 한국사람들이 관심도 없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을 연일 보도하느냐? 다른 것들이 많은데 그런 기사나 써라”라는 것이었죠.
그 메일을 보낸 독자분이 익명의 메일을 보내와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떤 연령대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30~40대가 쓰지 않는 인터넷 용어와 욕설 메일을 보내온 것으로 봐서 글로벌화에 익숙한 10~20대 독자층이라 추측해 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빌보드는 별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K팝스타들의 열풍이 연일 들려오는데다 국내 언론사들 또한 K팝 열풍을 수 차례 보도했죠. K팝 열풍에 익숙한 이들에게 영미권의 음반 차트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80~1990년대 발간되던 글로벌 뮤직 매거진(GMV)이나 핫뮤직 등의 잡지를 보던 세대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은 했을 겁니다. “언제쯤 한국 가수가 저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는 것이죠.
지금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도요타, 포드와 판매 경쟁을 벌이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최초 도입된 모토로라 삐삐, 핸드폰, 그리고 일본 미쓰비시의 엔진을 구입해서 자동차를 만들던 시절이었습니다. 불과 20~30년 전의 일이죠.
문화적 측면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미국의 국력이 최고에 달하던 1980년대에는 ‘문화 사대주의’라는 말이 생길 만큼 문화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미국의 아이돌그룹 뉴키즈온더블록 내한 당시에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적인 일도 발생했죠, 비슷한 영국의 아이돌 그룹 테이크댓, R&B스타 故휘트니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특집 앨범이 수십만장의 판매고를 한국에서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해외 음악을 다루는 잡지들이 발간됐고, 이들 잡지가 높은 판매고를 올렸을까요?
하지만 빌보드 차트는 그들만의 잔치였습니다. 1963년 일본 엔카 가수 사카모토 큐의 ‘스키야키’가 3주간 1위를, 1978년 필리핀 출신 포크가수 프레디 아귈라가 발표한 '아낙'이 5위에 랭크된 이후로 10위 권안에 비영어권 국가 가수가 자국어로 된 노래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가수들이 세계적인 위력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K팝열풍을 연일 보도해도 정작 빌보드 차트는 조용했습니다. 원더걸스가 영어버전 ‘노바디’로 2009년 핫100 76위에 오른게 최고 성적입니다. K팝 스타들이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일본, 중국 아니면 3국 차트가 전부였죠.
기존 K팝스타라 불리던 이들은 “프랑스 현지에서 높은 관심”, “미국 투어에서 만원 관중 동원”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지만 정작 음반이나 음원 판매수치를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방송화면을 통해서, 혹은 현지 콘서트를 찾았을 때 운집한 팬들을 보면서 “인기가 있구나”를 실감하는데 그쳤죠.
이런 싸이는 철옹성이던 빌보드 차트에 그것도 한국어 가사로 된 ‘강남스타일’로 당당히 핫100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서 정식 음반을 발표하지 않아 판매순위인 빌보드200에서 아예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둬낸 성적입니다. ‘K팝이 인기있다’라는 백마디 말 보다 숫자로 모든 것을 입증한 것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싸이는 한국 음악과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강남’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그의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문화적 변방이던 한국에 영미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얼마의 이익을 올렸나 만큼 중요한 일이고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싸이, 싸이의 핫100 2위 사실을 전한 빌보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빌보드닷컴 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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