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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수습기자]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은 비슷한 면이 많은 드라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그 때문에 출연진 대부분의 나이가 어리거나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이 그렇다.
스타 작가와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그대'는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연출한 전기상 PD와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영철 작가가 맡았고, '응답하라'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드라마의 행보는 전혀 다르다. 도대체 무엇이 두 드라마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을까? 이는 드라마가 비슷한 인물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극중 동성 친구를 짝사랑하는 강준희(호야)와 차은결(이현우)이 그렇다.
이 두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아그대'의 한계가 드러난다. 은결의 고민은 준희의 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마지막회까지 준희는 윤윤제(서인국)에게 제대로 고백조차 못했다. 윤제 때문에 서울대도 포기하고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하거나 윤제의 행복을 빌어주며 같이 살던 집을 나가는 준희의 모습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 극중 윤제 역의 서인국이 정말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준희를 응원했던 것은 준희 캐릭터가 이렇듯 진정성있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재희(설리)를 대하는 은결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동성인 재희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거의 부재하기 때문이다. 은결은 국가대표에서 떨어진 후 집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동성을 좋아한다고 진지하게 털어놓으려 한다. 그런데 은결의 부모는 그런 모습을 보고 '너 누구 돈 훔쳤니?'라고 혼내며 고민을 흐지부지 끝내 버린다.
은결이 재희에게 진지하게 고백하자마자 강태준(민호)이 등장해 극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끝까지 한번 가보려고"라는 은결의 캐릭터는 설득력이 없다. 어떤 고민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단순히 은결 캐릭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그대' 속 캐릭터들은 감정을 너무 쉽게 매듭지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요 인물인 재희다. 재희는 태준을 위해 미국에서 건너와 남장을 불사했다. 또 재희가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나 미술실에 갇혔을 때도 태준은 먼저 나서 재희를 구해줬다. 하지만 그런 태준에게 재희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상황이다.
설한나(김지원)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한나가 태준과 헤어졌음을 장실장(이아현) 앞에서 울면서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드라마는 진지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짝사랑 태준을 향한 마음을 접으려는 한나 뒤에 이를 엿듣고 기뻐하는 하승리(서준영)를 넣어 한나 이야기를 빨리 끝내 버렸다.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는 주 시청층이 10대인 이상 드라마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종일관 가벼운 드라마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망친다. 앞으로 3회를 남겨둔 '아그대'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등장인물들의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아그대'(위)와 '응답하라' 포스터. 사진 =SM C&C(위)-CJ E&M 제공]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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