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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저력이 패기를 앞섰다. 한동안 아이돌이 주름잡던 국내 가요계에 완숙한 30대 가수들이 판을 바꿨다. 가수 싸이(35)와 나얼(34) 얘기다.
이들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가수다. 가요계에 데뷔한지는 싸이가 올해로 12년, 나얼은 13년이 됐다. 데뷔 10년차가 넘은 베테랑 아티스트들이다. 한 쪽은 댄스, 다른 한 쪽은 소울로 각기 장르는 다르지만 이들은 한 우물만 팠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싸이와 나얼의 활약이 유독 눈에 띄는 건 아이돌 일색의 가요계에 음악적인 다양성의 자양분을 공급해줬다는 점이다. 멀리 쎄시봉부터 김동률, 성시경까지 기존 가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지만 최근 들어 싸이와 나얼이 보여준 괄목할 만한 성과는 획일화된 현 가요계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자신을 태생적으로 ‘B’급이라고 했던 싸이는 지난 7월 15일 ‘싸이 6甲’ 앨범 발표 이후 두 달 넘게 ‘강남스타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게재된 이후 52일 만에 1억뷰 돌파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18일 2억뷰를 넘어섰다. 곧 3억뷰 돌파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64위로 데뷔한 뒤 무려 53계단을 뛰어 올라 11위를 기록했다. 27일에는 한국 가수로 최초, 한국어 노래로도 처음인 무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세가 워낙 빨라 ‘꿈의 빌보드 1위’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처럼 ‘강남스타일’의 인기 스펙트럼은 미대륙을 넘어 유럽, 남미, 아프리카까지 퍼졌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우간다까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접했을 정도다.
이를 증명하듯 싸이는 지난 17일 ‘2012 MTV 유럽 뮤직 어워드’(2012 MTV Europe Music Awards)의 베스트 비디오(BEST VIDEO) 부문에 한국 가수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
30여 개국 아이튠즈 1위를 기록한 싸이가 빌보드 1위와 유튜브까지 섭렵하는 이른바 그랜드 슬램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싸이는 “데뷔 12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히려 얼떨떨하고 저도 사실 모르겠다. 제가 의도한 바도 없었다”며 “모든 코드가 웃겨서 성공했던 것 같다. 너무 심각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신선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싸이가 말 그대로 ‘월드 와이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 나얼은 국내 음원시장을 조용하게 잠식했다. 그는 지난 20일 공개한 첫 솔로 앨범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소울’(Principle of my soul)로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타이틀곡 ‘바람기억’은 2주째 차트 1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앨범은 나얼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데뷔 13년의 내공을 모두 쏟아 부었다. 특히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덥스텝, 오토튠에 익숙해진 국내 가요계에 흑인음악의 감성, 소울적인 스타일로 승부를 건 ‘듣는 음악’이 음원차트를 휩쓸었다는데 의미가 깊다.
이 곡은 나얼 본인의 자전적인 기억을 가사에 담은 곡으로 고음을 넘나드는 나얼의 애절한 보컬과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고 있다.
나얼은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녹음해서 음악으로 들려드리는 일을 하고 있고, 이것으로 팬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싸이와 나얼, 30대 가수들의 반란이 즐겁기만 하다.
[아이돌을 잠재운 반란의 주인공인 가수 싸이(왼쪽)와 나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산타뮤직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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