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KIA 타이거즈는 지난 28일 광주 SK전이 구단 사상 최초의 4경기 연속 완투승을 노리는 경기였다.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1982년과 1983년, 그리고 1990년(2회)에 3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둔 바 있지만, 한 번도 4경기로 기록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프로야구를 통틀어서도 한 팀 선발투수의 4경기 연속 완투승은 총 4차례 있었다. 1983년에 장명부를 앞세운 삼미가 최초로 기록했고, 이듬해에 삼성, 1989년에 OB가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달성한 것은 1992년의 롯데다. 해낸다면 프로야구 전체로도 20년 만에 나오는 진기록이었다.
결국 기록은 달성됐다. 선발 헨리 소사가 150구를 던진 투혼을 발휘하며 KIA는 구단 사상 최초이자 프로야구 통산 5번째에 해당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최초이기 때문에 더욱 값진 기록이었다.
질적으로도 훌륭했다. 소사는 150개의 공을 던졌지만, 하기 힘든 완투를 억지로 시킨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본인의 완투 의지가 있었고, 9이닝 동안 2피안타만 허용했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구위를 잃지 않았다. 이전 3경기에서도 서재응-김진우-윤석민이 내준 점수는 단 한 점에 불과했다. 서재응은 5회까지 퍼펙트, 윤석민은 8회까지 노히터로 완봉승을 거뒀고, 소사의 1실점도 비자책이었다.
29일 경기에서 앤서니가 또 한 번의 완투승을 기록한다면 5경기 연속으로 프로야구 최초의 대기록이다. 하지만 앤서니가 완투승에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기록임에는 틀림이 없다. 앞서 밝힌 대로 이 기록은 20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4경기 연속 완투승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투수 분업화와 관련이 깊다. 9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투수 분업화로 인해 2000년대에는 홀드 기록이 공식 집계되기 시작하는 등 불펜 투수들이 이전에 비해 득세하는 경향이 생겼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 강한 불펜을 갖추는 것은 필수가 됐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선발투수들은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6이닝을 잘 버텨 주면 불펜의 힘으로 승리를 챙길 수 있게 됐고, 7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이닝이터'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승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선발투수가 책임지는 경기가 적어졌고, 경기 수가 늘어났지만 20승 투수는 사라진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완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KIA의 4경기 연속 완투승은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4경기 동안 단 4명의 투수로 36이닝을 막아냈고, 휴식일 이틀을 포함해 KIA는 6일 동안 불펜투수가 단 한 명도 등판하지 않았다. 물론 몇몇 투수들이 이따금씩 몸을 풀기는 했지만, 불펜을 거의 완벽하게 아꼈다.
2000년대는 그야말로 완투형 투수 실종의 시대다. 투수 분업화로 투수들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1경기를 혼자 책임지는 절대적인 에이스는 줄었다. 철저한 보호가 미덕이 된 현대야구에서 KIA가 20년 만에 만들어낸 4경기 연속 완투승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4경기 연속 완투승을 만들어낸 KIA 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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