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우승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삼성이 1일 잠실 LG전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우승팀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의미한다. 정규시즌은 한국시리즈를 위한 하나의 관문이고,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4승에 불과하다.
1일 삼성이 LG를 꺾은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각 언론사의 기사엔 일제히 ‘삼성 우승, 정규시즌 2연패’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정규시즌 1위’라는 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고무적인 일이다. KBO는 지난 2008년부터 정규시즌, 혹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최근엔 정규시즌 우승팀에 포스트시즌 배당금도 더 많이 분배하고 있다. 현재 정규시즌 우승팀은 포스트시즌 배당금의 20%를 우선 분배 받는다. 나머지 80%가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분배된다. 뒤늦게 정규시즌 우승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 한국, 여전히 정규시즌보다 한국시리즈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원년부터 1988년까지 전, 후기리그로 진행됐다. 이후 1989년부터 양대리그가 적용된 1999년, 2000년을 제외하고 단일리그로 운영됐다. 현재의 사다리 방식 포스트시즌도 그때 채택됐는데, 2007년까지 정규시즌 우승팀은 1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1989년, 1992년 빙그레, 2001년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해놓고도 한국시리즈서 우승하지 못해 스포트라이트를 해태, 롯데, 두산에 빼앗겼다. 최근 10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서 우승을 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언제나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뒷전이었다.
한국시리즈가 최후의 승부이니 상대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가려질 땐 정규시즌 우승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단기전도 전략과 전술, 그리고 기본적인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자가 될 수 없다. 선수들도 정규시즌보다 한국시리즈를 진정한 승부의 장으로 생각한다.
▲ 미국과 일본, 지구-리그 우승이 영광
미국 메이저리그도 각 지구 우승팀이 아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이듬해 백악관의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각 지구 우승팀은 물질적인 이득과 함께 팬들, 지역 언론의 우승 가치 인정 속에 명문구단으로 거듭난다.
클라이막스 시리즈가 정착된 일본프로야구는 저팬시리즈 우승 이상으로 리그 우승팀의 가치를 높게 인정한다. 퍼시픽리그는 흥행을 위해 2004년부터 시작했으나 센트럴리그는 클라이막스 시리즈를 리그 우승팀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들이 2007년에서야 현 클라이막스 방식을 채택한 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센트럴리그는 여전히 클라이막스 시리즈 승자가 144경기 정규시즌의 승자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선 안 된다는 평가가 강하다.
그래서 일본은 클라이막스 시리즈 매 스테이지서 리그 상위 순위 팀에 1승을 얹어주고 시작한다. 리그 상위팀에 더 많은 이점을 주는 것이다. 클라이맥스 시리즈는 정규시즌과는 엄연히 다른 별도의 대회로 여긴다. 리그 우승팀이 아닌 팀에도 우승의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일본은 리그 우승팀의 가치를 최대한 덜 훼손하기 위해 이런 룰을 정했다. 일본에선 저팬시리즈서 리그 우승팀이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리그 우승팀을 진정한 승자로 여긴다. 그에 반해 한국에선 2007년까지 정규시즌 우승팀을 우승팀이라 부르지도 못했다.
▲ 정규시즌 우승의 품격을 드높일 때
한국은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무조건적으로 폄하해서도 안 된다. 133경기의 대장정이 1달간의 단기전보다 과소평가 될 이유는 없다. 사실 포스트시즌은 엄연히 정규시즌과는 다른 별도의 보너스 대회다. 어느 대회의 가치가 낫다고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KBO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달라지고 있다. 2008년부터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말 사용과 함께 포스트시즌 배당금 분배 변화에 이어 정규시즌 우승팀에 세레모니를 유도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정규시즌 우승팀은 샴페인 파티를 하진 않더라도 우승 티셔츠와 모자가 가득 든 상자를 자랑스럽게 개봉해왔다. 삼성도 1일 잠실 LG전 이후 조촐한 세레모니를 했고 원정팀 LG도 이해를 했다.
더 이상 정규시즌 우승팀의 품격이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품격에 가려선 안 된다. 삼성은 이미 2012년의 승자로 기록됐다. 다가올 한국시리즈서 누가 우승하더라도 그 품격의 빛이 바래선 안 된다. 마찬가지 의미로 1989년, 1992년 빙그레, 2001년 삼성도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해태, 롯데, 두산과 함께 또 다른 진정한 승자다. 우린 그들의 땀방울을 잊어선 안 된다.
[빙그레를 이끌었던 송진우 코치, 빙그레 유니폼을 입은 한화 선수단, 삼성의 2012년 정규시즌 우승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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